김진한 스탠다임 대표 “AI로 난치병 신약 개발…빅파마와 공동 연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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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기존 의약품 적응증 확대하고 파이프라인 발굴바이오기업 스탠다임은 비알콜성지방간(NASH), 파킨슨병, 자폐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자체 연구인력으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발굴한 뒤 현재 외부기관에 맡겨 전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올해 내로 미토콘드리아(세포 호흡에 관여하는 세포 내 소기관) 이상으로 인한 질병, 고형암, 결핵 파이프라인도 추가로 발굴해 전임상시험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실험실이 없다. 실험을 하지 않고 어떻게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걸까.
“獨·日 유수 제약회사와 협력해 개발 역량 다지겠다”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43)는 “자체 개발한 컴퓨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스탠다임 인사이트’와 ‘스탠다임 베스트’를 활용해 파이프라인을 발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탠다임 인사이트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의약품이 다른 적응증에도 효능이 있는지를 탐색하는 AI다. 의약품에는 생각지 못했던 치료 효과가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스탠다임 베스트는 기존 물질의 분자구조 등을 바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김 대표는 “스탠다임 인사이트를 이용해 NASH, 파킨슨병, 자폐증 파이프라인을 발굴했고 연내 미토콘드리아 이상 질병 파이프라인도 추가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탠다임 베스트로는 고형암과 결핵 파이프라인 1개씩을 새로 도출해 연내 전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AI로 파이프라인을 이미 도출했거나 연내 도출할 예정인 것 외에 한창 연구중인 것까지 합치면 연구중인 물질 수는 약 50개에 이른다.
김 대표는 2001년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를 졸업했다. 2008년 서울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2012년 영국 애딘버러대에서 인공지능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약 20년 전이다. 당시 한 벤처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일하며 ‘나도 이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구체화한 건 2012~2015년 근무했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일할 때였다.김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DNA 손상을 컴퓨터 알고리즘적으로 접근해 복구하는 연구를 했다”며 “회사 사정으로 연구가 중단됐는데 이를 계속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함께 일했던 송상옥 스탠다임 이사, 윤소정 스탠다임 이사와 함께 2015년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 치료와 관련된 연구를 생물학 실험이 아닌 컴퓨터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당시와 현재 스탠다임의 연구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AI는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스탠다임 인사이트는 약물이 특정 세포나 유전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150만건 학습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약물 정보가 입력되면 해당 약물이 어떤 질병에 치료 효과를 가질 수 있을지를 예측한다.스탠다임 베스트는 220만건에 달하는 물질의 구조와 기능을 딥러닝으로 학습했다. 이를 바탕으로 ‘물질 구조를 이렇게 바꾸면 이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식의 예측을 한다.
스탠다임은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를 한 경험이 있다. 스탠다임 인사이트로는 세계 50위권 안에 드는 독일·일본 업체 4곳과 폐암, 에이즈 등의 치료제 개발을 연구했다. 국내 기업 및 연구소 3곳과도 공동 연구를 했다. 스탠다임 베스트로는 아직 공동연구를 한 적이 없지만 국내 업체 3곳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스탠다임 베스트는 새 파이프라인 발굴 외에 물질 개량이나 특허장벽 설치(비슷한 물질을 여러개 만들어 전부 특허를 내놓는 것)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스탠다임은 지금까지 모두 16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공동연구로 일부 매출을 올린 적은 있지만 아직 많지 않다. 회사 직원 수는 21명이고 이 가운데 19명이 연구인력이다. 김 대표는 “국내외 유수 제약기업 및 연구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발전된 신약개발 절차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