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줍줍족' 늘었다

초기계약 부진한 아파트, 규제 적고 새 장점 부각
장기투자자·실수요자 중심…미분양 아파트 꾸준히 소진
제주 곶자왈 아이파크
초기 계약률이 저조했던 아파트들이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초기 계약률이 저조하면 인기 없는 아파트로 낙인이 찍혔다. 이 때문에 미분양분 소진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악성 미분양’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고 청약제도가 개편되면서 부적격자나 마음을 바꾸는 청약자가 늘어서다. 청약경쟁률과는 다르게 계약률이 저조한 사례들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아파트에는 단기 투자자보다 장기 투자자, 실수요자·실거주 예정자들이 관심을 갖고 계약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남이 버린 것을 주워담는다는 뜻의 신조어인 ‘줍줍’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2875 일대에 짓는 ‘곶자왈 아이파크’(85가구)의 미분양이 소진되고 있다. 당초 지난 1월 계약 때만 하더라도 낮은 수준이었지만, 장기 투자자가 몰리면서 계약률이 상승하고 있다. 제주도 특유의 연세(1년치 월세를 한번에 납부하는 방식)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주변은 임대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고, 준공이 내년 5월로 빠른 편이라는 점도 미분양 소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규제지역이 아니다 보니 중도금 대출의 제한 및 전매제한이 없다.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2015년 준공한 삼정G에듀 아파트의 경우 전용 84㎡는 보증금 1000만원에 연세 2400만원을 받고 있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의 얘기다.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서 공급됐던 ‘일산 자이 3차’(1333가구) 역시 청약경쟁률에 비해 초기 계약률이 저조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미분양이 476가구였지만, 지난달 말 모든 세대의 계약이 완료됐다.

미분양관리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들도 팔리고 있다.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보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예비심사 또는 사전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만큼 공급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존의 미분양 아파트들이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포항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작년 2월 기준으로 2221가구에 달했지만, 올해 2월 들어서는 1373가구로 줄었다. 1년 만에 38%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대단지 미분양 아파트였던 ‘로얄파크 시티 장성 푸르지오’(1500가구)는 미계약 세대가 479가구에서 296가구로 급감했다. 2020년 1월 준공되는 이 단지는 새 아파트로 옮기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몰리면서 잔여가구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