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유자전거 늘어나는데 안전은 뒷전

이우상 중소기업부 기자 idol@hankyung.com
한 친구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술을 마신 밤이면 어김없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집에 간다. 늦은 시간에 택시가 잘 안 잡히는 데다 이용료도 저렴해서다. 차가 다니는 도로는 위험하다며 인도로 다닌다.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말이다.

적발되면 음주 자전거 운행으로 3만원, 인도 주행으로 또다시 3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고 충고해도 그는 “어차피 단속 안 해”라며 당당하다.얼마 전 카카오가 공유 전기자전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 측은 “요즘 각광받는 공유경제 기반 서비스인 데다 도심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다음달에는 쏘카가 투자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나인투원도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해 서비스를 개시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인 킥고잉까지 더하면 공유 라이딩 시장이 1~2년 새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유 자전거 관련 교통법규와 사용자 안전 대책은 문제투성이다. 따릉이만 봐도 그렇다. 헬멧을 쓰고 따릉이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시뿐 아니라 공유 전기자전거 사업자들도 안전엔 무관심하다. 헬멧 대여 서비스를 준비하는 곳은 없다. 앞으로 계획도 없다고 했다.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달리 시속 20~25㎞로 달릴 수 있어 안전 관리가 더 요구되지만 안전 대책은 빠져 있는 셈이다.

자전거의 인도 주행도 문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일반 자전거는 노약자에 한해 인도 주행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원동기로 분류돼 도로로 다녀야 한다. 자전거전용 도로는 불법 주정차한 자동차들에 점거된 지 오래다. 이쯤 되면 헬멧 없이 자전거 안장 위에 오른 사용자들은 갈림길에 서게 된다. 법을 지키기 위해 위험천만한 자동차 도로를 달릴 것인가, 아니면 범칙금 3만원을 감수하고 인도로 갈 것인가.

도로교통법을 뜯어고치자거나 이 서비스를 제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새로운 산업과 사용자의 안전, 법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현명한 답을 찾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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