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 블로소득] 덩치 커진 가상화폐 결제서비스, 신용카드와 '맞짱'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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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풀 확대·가맹점 확보 해결블록체인 업계가 신용카드 중심의 결제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수수료 논란이 일고 있는 카드 결제 시장을 가상화폐(암호화폐)로 개편하는 '비전'을 제시하면서다.
'스테이블 코인'으로 변동성 극복
최근 블록체인 업체들은 신용카드 없이 휴대폰으로 이용하는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하고 나섰다. 에이치닥(Hdac)은 최근 사업간담회를 통해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H포인트'(가칭) 개발과 현대페이를 통한 간편결제 사업 확장 계획을 밝혔다. 간편결제 외에도 간편송금, 온·오프라인 가맹점 결제, 스마트홈 서비스 결제 등 올해 안에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구상이다.그동안 암호화폐는 결제에 쓰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변동성이 크고 거래 유동성은 낮으며 처리속도는 느린 한계 탓이다. 블록체인 업체 대부분이 스타트업인 점도 전국적 결제망 구축은 쉽지 않다는 시각을 거들었다.
때문에 암호화폐의 역할은 '디지털 자산'에 힘이 실렸다. 일상 거래에서 사용하긴 어렵지만 가치를 인정받는 대표적 자산으로 금이 있다. 시시각각 가치가 변하고 실제 거래가 어려운 암호화폐는 '디지털 금'이 될 것으로 생각됐다.
그런데 지적되던 암호화폐의 한계점이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 우선 이용자 문제.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에는 이더리움 기반 결제 서비스 코인덕이 탑재됐다. 갤럭시S10은 올해 약 4000만대 판매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삼성전자를 따라 암호화폐 결제 기능을 도입한다면 이용자 풀(pool)은 급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가맹점 모집과 결제망 구축에도 길이 열렸다. 국내 1위 모바일 전자결제대행업체(PG) 다날이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든 것. 다날은 다음달 '페이코인 월렛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기존에 구축한 바코드·QR코드 기반 결제망에 암호화폐 결제도 적용할 방침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이용해 결제에 걸리는 시간도 1~2초 수준으로 단축했다.
다날의 페이코인은 체크카드처럼 소비자 계좌와 사업자 계좌를 직접 연결한다. 결제망에서 신용카드사와 이동통신사를 배제하면서 이들에게 돌아가던 수수료를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돌려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미 출시된 서비스도 있다. TTC프로토콜은 지난해 말 TTC페이를 출시했다. 모바일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결제와 오프라인 QR 결제 기능을 갖췄다. 자체 모바일 월렛 'TTC커넥트'를 사용한 QR코드 결제도 선보였다. 티몬 창업자 신현성 대표의 테라 프로젝트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수요에 따라 통화량이 변하는 '스테이블코인(가치변동이 적은 암호화폐)'을 활용해 결제 서비스 활용의 걸림돌로 제기된 변동성을 줄였다는 평가다.아직 접근성 문제는 남아있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 대부분은 사용자가 직접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입해야 결제에 쓸 수 있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이용자 풀 확대와 결제망 구축이 뒷받침 되며 △수수료를 크게 낮춰 혜택을 돌려줄 수 있고 △기존 간편결제처럼 친숙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등의 장점이 있기에 암호화폐는 신용카드 결제 시장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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