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치기 소년' 긴급재난문자…2년 1968건, 하루 2.5통 쏟아졌다

뉴스래빗 #팩트체크:) 일상이 된 재난문자 ①

▽ 2019년 석달만에 벌써 235건
▽ 재난문자 '경주 지진' 후 2.3배 급증
▽ 2년 새 1968건 재난문자 '52% 폭탄'
▽ 2018년 60건 '미세먼지 문자'
▽ 진짜 재난 때 '양치기 소년' 우려
최악 미세먼지로 자욱한 서울 시내를 남산 N타워에서 내려다보는 한 시민. 사진=연합뉴스
"재난문자 또 왔네"

최근 시민들이 긴급재난문자에 흔히 보이는 반응입니다. 긴급재난문자는 정부나 지자체가 필요시 휴대전화에 보내는 경보입니다.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강제 발송되기 때문에 차단하거나 무시할 수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재난문자 차단 못 하나", "재난문자에 잠 다 깼다", "재난문자 알림에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다"는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울리는 긴급재난문자 경보음은 이미 일상이 됐습니다. 미세먼지, 폭염 등 각종 상황에 일제히 주변이 경보음과 진동으로 요동치지만 시민들은 아랑곳 않습니다. "재난문자가 또 왔다"는 볼멘소리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지엔 '긴급재난문자 알림 끄는 법'을 친절히 알려주는 모습이 수없이 공유됐습니다.
ios 기반 아이폰 설정에서 '긴급재난문자' 설정 해제(붉은 네모)를 안내하는 모습. 사진=뉴스래빗
재난재해를 총괄하는 부처 행정안전부는 재난문자를 사안의 긴급성에 따라 △위급 재난 문자 △긴급 재난 문자 △안전 안내 문자로 나눠 발송하긴 합니다. 특히 위급 재난 문자나 긴급 재난 문자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서 도착하죠.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다같이 핸드폰 사이렌이 터지는 광경에 어리둥절한 경우가 이 탓입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폰은 재난문자가 와도 긴급과 안전 안내 문자로 구분됩니다. 그래서 난데없는 미세먼지 주의보 사이렌에 항상 놀라지는 않죠. 문제는 ios 기반인 아이폰 사용자입니다. 모든 재난 문자가 ‘긴급 재난 문자’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한국공공경보 수신 설정 내 '긴급재난문자' 해제 방법이 퍼져나간 것이죠. 긴급재난문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 요즘은 그 역효과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탓에 한국은 재난이 일상이 됐다는 하소연입니다. 재난문자를 자주 접하는 탓에 그 심각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양치기 소년'이 됐다는 비난도 받습니다.

왜일까요. 뉴스래빗이 2011년부터 2019년 3월 8년 간 발송된 긴급재난문자 전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그 이유가 보입니다. 국민이 외면하는 긴급재난문자의 현실을 #팩트체크합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뉴스래빗은 역대 긴급재난문자 전수를 수집했다. 2011년 11월 18일부터 2019년 3월 21일까지 3787건이다. 행정안전부는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실시간 공개한다.

게시판 형태로 공개된 긴급재난문자 데이터에서 발송일시, 발송지역을 추출했다. 시기별, 지역별 긴급재난문자 수신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정제한 7년 4개월치 긴급재난문자 데이터를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했다. 추출한 발송지역 정보를 활용해 '역대 긴급재난문자 지도'도 그렸다.긴급재난문자 내용도 분석했다. 다양한 이유로 발송한 문자를 22종으로 분류했다. 가뭄, 강(댐·수위·수문), 비, 건조, 교통사고, 단수, 미세먼지(미세먼지·황사), 민방위, 바다(풍랑·해일·해수면·파도 등), 범죄, 빙판길(도로결빙·빙판길), 안개, 안전운전, 정전, 지진, 질병(AI·메르스·진드기·구제역 등), 태풍, 폭설, 폭염, 홍수(홍수·호우·산사태·침수), 화재다. 긴급재난문자가 주로 어떤 이유로 발송되는지 알 수 있다.
경주 지진 1년만에 375→860건 폭증
2년 새 1968건 재난문자 '폭탄'



2011년 11월 18일부터 정부가 보낸 긴급재난문자는 3787건입니다. 그 중 최근 2년 3개월(2017년 1월~2019년 3월)간만 1968건, 약 52%를 보냈습니다.

긴급재난문자 수는 2016년 경주 지진을 계기로 폭등했습니다.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관측 이래 최대 규모 지진입니다. 오후 7시 44분 전진은 규모 5.1, 오후 9시 12분 본진은 규모 5.8에 달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긴급재난문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규모 5.8 지진 발생 후 7분 23초나 지나서야 '뒷북' 재난문자를 보냈습니다. 수도권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반응이 SNS에 적지 않았습니다. 기존 규정에 의하면 문자를 받았어야 할 수도권 주민들은 문자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이후 정부는 부랴부랴 관련 규정을 정비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416건, 2016년 375건 보내던 긴급재난문자 수가 2017년 874건, 2018년 859건으로 2배 이상 늘었죠.


2019년 석달만에 235건
역대 첫 1000건 발송 넘을 듯

온 국민의 휴대전화는 2배 시끄러워졌지만 긴급재난문자는 이후 2017년 포항 지진때까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복잡한 통보 체계 때문에 긴급재난문자 발송 시간은 16초부터 27분까지 들쭉날쭉했습니다.

최악 미세먼지로 자욱한 서울 시내를 남산 N타워에서 내려다보는 한 시민. 사진=연합뉴스

분석 결과 행정안전부는 2019년 석달만에 이미 긴급재난문자를 235건 보냈습니다. 최악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던 3월 초 쏟아지다시피 했죠. 이는 2014년 1년치 긴급재난문자 발송량(277건)을 3개월만에 거의 채운 셈이죠.

2019년은 이제 4분의 1 지났습니다. 다가올 폭염, 폭설, 장마 등을 고려하면 2019년은 역대 처음으로 연간 긴급재난문자 발송 1000건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60건 '미세먼지 문자'
2019년 석달만에 무려 235건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전체 연도별 비중 확인

2019년 들어 정부가 가장 많이 보낸 긴급재난문자는 '미세먼지'입니다. 전체 재난문자 235건 중 137건, 58%에 달하죠. 겨울에 주로 많은 화재(44건), 폭설(11건), 빙판길(4건) 등 뒤이은 종류를 모두 합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2018년 열두 달을 통틀어 60건 보냈던 '미세먼지 재난문자'를 2019년 3개월만에 3배 이상 보냈습니다. 그만큼 지난 3개월간 미세먼지가 극성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지자체별 건수 확인

미세먼지가 심했던 만큼 긴급재난문자도 '극성'이었습니다. 2019년 1월 1일부터 3월 21일까지 미세먼지 관련 긴급재난문자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경기도 안산시입니다. 2019년 80일간 미세먼지 때문에만 재난문자 경보음이 16번 울렸죠. 5일에 한 번 꼴입니다.

문자를 많이 받은 지방자치단체는 대부분 수도권입니다. 안산을 제외한 경기도 30개 지자체가 각 15건, 서울시 25개 구와 인천 강화군이 각 14건, 강화군 외 인천시 9개 구가 각 13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수도권에 인접한 충남 당진·아산·천안시와 세종시도 15건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공무원 편의 '공지사항'
진짜 재난 때 '양치기 소년' 우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전체 지도 확인

핵심은 긴급재난문자를 보낼만한 상황이었느냐입니다. 긴급재난문자는 단어 그대로 위급한 상황을 위한 도구입니다. 강제로라도 꼭 알려야 할 위급 상황에만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죠. 목적도 명확해야 합니다. 경보 알림을 받은 후 국민 개개인이 경보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긴급재난문자는 왜 최근 들어 '양치기 소년' 취급 받는 걸까요. 데이터로 따져보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일단 2016년 울산·경주 지진 이후 너무 급격하게 발송량이 많아졌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오던 이전과 달리 자주 오게 되니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요.
2019년 설 연휴 전국에 발송된 구제역 관련 문자가 대표적입니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 2월 1일 오후 7시 3분 "즐거운 설 명절입니다.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 지역과 축산농가 방문을 가급적 삼가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라고 전국에 재난문자를 보냈는데요. 지자체는 설 연휴 중 같은 문자를 길게는 일주일동안 매일 보냈습니다.

2일엔 충북·충남에, 3일엔 충북·제주·울산·강원·전북·광주·경남에, 4일엔 전남·충북·전북·강원·대전·경북에, 5일엔 충북·강원에, 6일엔 충북·강원·경기에, 7일엔 충북에 또 갔죠. 충북도청은 설 연휴 전후 일주일간 매일같이 같은 문자를 반복해 보낸 겁니다. 이 정도면 긴급재난문자가 '공공기관 공지사항' 게시판이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겠죠.

목적이 불분명한 문자가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처법도 없이 '사후약방문' 수준의 알림만 보내거나,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등 온 국민이 강제로 인지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는 정보까지 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긴급재난문자는 말 그대로 '긴급한 상황'임을 알리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입니다. 문자를 받는 입장이라면 '이런 정보는 받아야겠다'는 경각심이 들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재난문자 노이로제(신경증)'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긴급재난문자를 한 데 모아 살펴보니 그 이유가 보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안의 핵심은 긴급재난문자를 보낼만한 재난 상황이냐입니다 !.!


2018년 3월 28일 목요일 [팩트체크 :) 일상이 된 '재난문자' 2편에선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개정된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정부 및 지자체가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지, 재난문자 발송 '천태만상'을 들여다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뉴스래빗 페이스북 facebook.com/newslabi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la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