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휴대폰 제출 전 초기화 "혐의 다투지 않고 법원 판단 따르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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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렴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구속된 가수 정준영(30)이 눈물로 사죄했지만 자신의 휴대폰에 담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실망감을 주고 있다.정준영은 승리와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한 혐의가 드러나자 12일 촬영 중 급거 귀국해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정준영은 경찰에 자신 소유의 3대의 휴대폰를 임의제출했으며 일부 예능에서 논란이 된 '황금폰'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정준영이 제출한 3대의 휴대폰 중 한 대는 초기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휴대폰 초기화 기능을 사용해 모든 데이터를 삭제한 것이다.
경찰은 초기화된 휴대폰의 데이터를 복구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영은 지난 21일 오전 9시35분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 도착해 준비온 입장문을 꺼내 "죄송하다.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저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혐의에 대해) 다투지 않고 법원에서 내려주는 판단에 따르겠다"라고 말하며 눈물까지 보였다.그는 "저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 여성분들과 근거 없이 구설에 오르며 2차 피해를 본 여성분들, 지금까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항상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5일 초기화된 정준영의 휴대폰에 대해 "본인이 가지고 한 행위(공장초기화)가 있으나 다른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 비교하면 원래 내용이 어떻게 구성돼 있었는지 확인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빅뱅’의 전 멤버인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운영에 관여한 클럽에서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폭행 사건을 계기로 일부 연예인들의 범죄 의혹과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마약 유통 및 성매매 알선 의혹부터 탈세 혐의, 경찰과의 유착 의혹까지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던 중 지난 11일엔 승리를 포함해 몇몇 연예인이 참여한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정준영이 성관계 불법 촬영 영상물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준영의 몰카 논란은 2016년에도 불거졌다.
정준영은 당시 "영상은 교제하던 시기에 서로 인지를 한 상황에서 촬영한 후 바로 삭제했다"며 "몰카는 아니었다. 다만 바쁜 스케줄로 다툼이 생기기 시작했고, 상대 여성이 촬영 사실을 근거로 신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기자회견에 앞서 지인과 나눈 통화하면서 "죄송한 척 하고 올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를 제보한 익명의 지인은 정씨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며 "정준영에게 영상은 놀이였고, 몰카는 습관이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경찰이 진실을 규명하고 정준영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았더라면 지금의 추가 피해자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 있었던 몰카 의혹을 조작, 은폐하려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당시 정준영 몰카 사건을 담당해 증거를 은폐한 경찰과 정준영의 변호인은 입건됐다.문재인 대통령은 '승리 게이트'를 또 다른 사회적 이슈와 엮어 ‘특권층’ 관련 사건으로 규정하고 “사건의 실체와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