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영업의 달인에겐 어떤 비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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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 농협은행장 leedaehoun@nonghyup.com >지난해 워런 버핏과의 점심 식사가 330만달러(약 35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점심을 매개로 한 소통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나 역시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자리로 점심을 주로 이용한다. 같은 음식을 먹어서인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기에도 제격이다.
잘 되는 식당에는 공통점이 있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주인이 장사에서도 달인이라는 점이다. 최근 TV에서 장사에 서툰 식당을 컨설팅해주는 방송을 보다가 문득 신입 사원 시절이 떠올랐다. 이제는 웃음이 나지만 영업점에서 처음 고객을 대했을 때의 막막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진땀을 흘리며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했지만 영업 초보에게는 만만치 않았다.그 뒤로도 꾸준히 노력했지만 많은 실패를 겪었다. 어떻게 팔 것인가만 고민했지 정작 물건을 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진심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그 후로는 거래보다는 관계를 잘 갖기 위해 애썼다. 은행원의 방문을 반기는 곳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고객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뭐가 필요한지 먼저 얘기를 해 온다. 그렇게 거래가 아닌 관계로 시작한 고객은 나의 평생 고객이 됐다.
영업은 이익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모든 행위가 영업이라고 생각한다. 영업의 기본은 그 대상에 대한 정성과 진심이다. 현란한 말솜씨로 물건을 파는 것은 ‘상술’에 그칠 뿐이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설득한 것도 달변이 아니라 삼고초려로 보여준 정성과 진심이었다.
요즘은 내부 고객인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라는 새로운 영업을 하고 있다. 정성과 진심을 다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기 위해 취임 후 10만㎞를 달리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했다.한 번은 실적이 꼴찌인 사무소에 방문한 적이 있다. 갑작스러운 은행장의 방문으로 직원들의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질책이나 독려를 위해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직원들의 어려움을 듣고 공감하며, 응원과 격려의 마음만 전해줬다. 정성과 진심이 통했는지 그 사무소의 실적은 점점 개선됐다. 더불어 은행 전체 실적도 오르며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다. 인간이 항상 추구해야 할 것은 인간”이라고 말했다. 비단 고객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성과 진심을 투자하길 바란다. 그 투자는 여러분을 삶의 달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