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직 않고 오래 놀수록 먼저 주겠다니…청년수당 '황당한 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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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된 청년수당25일 낮 12시 무렵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청년센터’는 접속이 쉽지 않았다. 고용부가 이날부터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이른바 ‘청년수당’ 신청을 받으면서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청년수당 신청자 수는 2861명, 동시 접속자 수는 13만여 명에 달했다.
고용부, 올해 예산 1600억 들여
구직활동 지원한다면서
갓 졸업했거나, 취업프로그램
경험 있으면 받기 힘들어
2017년 서울시가 시작한 청년수당 사업이 포퓰리즘 논란 속에서도 3년 만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동안 현금성 구직수당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중앙정부가 입장을 바꾼 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가세해 비슷한 청년수당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지원액이 구직 활동과 직접 상관없는 곳으로 흘러가는데도 이렇다 할 점검 절차도 없이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자칫 ‘눈먼 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용부, 올해 8만 명 지원한다지만…
고용부는 지난 18일 미취업 청년의 구직을 돕기 위해 청년수당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만 18~34세 미취업자 중 △고교·대학(원) 졸업 또는 중퇴 2년 이내이고 △중위소득 120%(4인가구 기준 월 553만6243원) 이하 가구원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고용부는 올해에만 1582억원의 예산을 들여 총 8만 명에게 각 300만원을 클린카드 형태로 지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원대상 선정 방식이다. 고용부는 지원 전 구직활동 계획서와 선정 후 구직활동 보고서를 받아볼 계획이지만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졸업·중퇴 후 경과 기간이 길수록, 비슷한 지원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없을수록 우선적으로 선발할 방침이다. 고용부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나 지자체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면 6개월 유예기간을 둬 사실상 지원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얘기다. 거꾸로 말하면 졸업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그동안 취업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었던 청년일수록 청년수당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졸업 후 구직노력을 많이 할수록 지원받을 확률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고용부 관계자는 “대학 졸업생의 약 84%는 졸업 후 2년 내 취업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용센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청년들을 이번 정책을 통해 취업시장에 나오게 하는 것도 기대하는 정책 효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용처 점검이 어렵다는 점도 논란이다. 고용부는 유흥·도박·성인용품 구입 및 주식 취득 등에는 사용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물품·서비스 구매 등에 대해서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용부도 인정하고 있다.
올해만 8곳 신설…14개 지자체서 시행지난해까지만 해도 청년수당은 서울 경기 대전 부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했으나 올해는 전남 경남 대구 울산 인천 등 8개 지자체가 제도를 신설하면서 전국 14개 지자체로 확산했다. 광역단체 기준으로는 17개 시·도 중 10곳이 도입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책 효과는 물론 도입 배경에 ‘물음표’가 붙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천 연수구는 인천시와 별도로 올해부터 18~34세 청년에게 매달 50만원씩 3개월간 지원하는 ‘청년쉼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올해 관련 예산은 4500만원이다. 지원 대상자가 고작 30명이라는 얘기다.
지자체별로 연령 기준도 제각각이다. 고용부와 대부분 지자체의 지원 대상 연령은 18~34세다. 하지만 올해 청년수당을 신설한 지자체 중 인천시는 39세까지, 전남 영광군은 45세까지 주기로 했다. 경기도의 경우 구직면접 1회에 5만원씩 연간 30만원의 면접 수당 외에 올해 만 24세가 되는 모든 청년(17만여 명)에게 3년 거주 요건만 맞으면 분기당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청년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관련 예산만 1850억원에 달한다.최근까지 공공기관장을 지낸 한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악화되는 고용지표와 함께 20대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마음이 급해진 것 같다”며 “청년 취업난의 근본 원인이 일자리 부족인데, 정부와 지자체는 효과도 낮은 현금 퍼붓기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