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김은경 구속영장 기각…"위법성 인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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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 수사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로 고의로 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새 정부가 이른바 '물갈이 인사'를 위해 공공기관 주요 보직자의 사퇴 동향을 살핀 점이 현행법에 저촉할 우려가 있더라도, 적폐청산이 최대현안이던 탄핵 정국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고의로 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김 전 장관과 함께 환경부의 산하 기관의 '물갈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또한 위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논리와 맥이 닿는다.사법부의 이런 판단에 따라 김 전 장관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고, 향후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윗선'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을 벌인 뒤 이날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는 접촉하기가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이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사유도 제시했다. 박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 기각 사유는 이런 통상적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이례적으로, 김 전 장관이 환경공단 등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위법이라고 보기에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청구하고 표적 감사를 벌인 혐의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됐던 사정 ▲ 새로 조직된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정 ▲ 해당 임원 복무감사 결과 비위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 사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김 전 장관이 위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고의로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법원의 논리였다.
여기에는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 소속 인사들의 방만한 기관 운영이 문제가 됐던 상황에서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인사 조처의 일환으로 환경부 산하기관의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물갈이 인사'가 외견상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더라도 그 배경에는 탄핵 정국 이후의 대대적인 적폐청산 흐름이 있었던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이 같은 법원의 시각은 결국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들의 사퇴 동향을 파악하고 이들의 '물갈이'를 종용했다는 김 전 장관의 혐의 사실을 두고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김 전 장관 등이 특정 인사를 환경부 산하기관의 특정 보직에 임명시키려 한 혐의에 대해서도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봤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뤄진 환경부 산하기관 주요 인사들의 교체는 검찰의 시각처럼 현행법 위반임을 알고도 저지른 '낙하산 인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이 같은 사법부의 첫 판단을 두고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취지에 예외를 인정한다는 논리로 이해되기 때문이다.아울러 향후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이번 영장 기각은 그 파장이 적지 않다.
검찰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장관과 환경부 박천규 차관, 주대영 전 감사관, 김지연 전 운영지원과장,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것은 지난해 12월27일이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전 수사관)은 지난해 1월 환경부로부터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동향을 담은 문건을 받아서 특감반에 보고했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이를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규정하며 김 전 장관 등을 고발하며 공세를 폈다.
검찰은 올해 1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을 압수수색하고 같은 달 김 전 장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이후 2개월여 동안 환경부와 환경공단 관계자,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2명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3개월에 걸친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과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를 거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기록은 총 수천 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는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당초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구속하면 환경부의 물갈이 인사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장 기각으로 이런 기대는 일단 무산됐다.
특히 법원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들의 교체 인사를 두고 쉽사리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검찰로서는 향후 다른 피의자들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때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법조계에서는 검찰의 향후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비롯한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위법성에 의문을 표시한 만큼, 수사 동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없지 않은 만큼 검찰이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새 정부가 이른바 '물갈이 인사'를 위해 공공기관 주요 보직자의 사퇴 동향을 살핀 점이 현행법에 저촉할 우려가 있더라도, 적폐청산이 최대현안이던 탄핵 정국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고의로 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김 전 장관과 함께 환경부의 산하 기관의 '물갈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또한 위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논리와 맥이 닿는다.사법부의 이런 판단에 따라 김 전 장관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고, 향후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윗선'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을 벌인 뒤 이날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는 접촉하기가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이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사유도 제시했다. 박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 기각 사유는 이런 통상적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이례적으로, 김 전 장관이 환경공단 등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위법이라고 보기에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청구하고 표적 감사를 벌인 혐의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됐던 사정 ▲ 새로 조직된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정 ▲ 해당 임원 복무감사 결과 비위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 사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김 전 장관이 위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고의로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법원의 논리였다.
여기에는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 소속 인사들의 방만한 기관 운영이 문제가 됐던 상황에서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인사 조처의 일환으로 환경부 산하기관의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물갈이 인사'가 외견상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더라도 그 배경에는 탄핵 정국 이후의 대대적인 적폐청산 흐름이 있었던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이 같은 법원의 시각은 결국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들의 사퇴 동향을 파악하고 이들의 '물갈이'를 종용했다는 김 전 장관의 혐의 사실을 두고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김 전 장관 등이 특정 인사를 환경부 산하기관의 특정 보직에 임명시키려 한 혐의에 대해서도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봤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뤄진 환경부 산하기관 주요 인사들의 교체는 검찰의 시각처럼 현행법 위반임을 알고도 저지른 '낙하산 인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이 같은 사법부의 첫 판단을 두고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취지에 예외를 인정한다는 논리로 이해되기 때문이다.아울러 향후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이번 영장 기각은 그 파장이 적지 않다.
검찰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장관과 환경부 박천규 차관, 주대영 전 감사관, 김지연 전 운영지원과장,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것은 지난해 12월27일이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전 수사관)은 지난해 1월 환경부로부터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동향을 담은 문건을 받아서 특감반에 보고했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이를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규정하며 김 전 장관 등을 고발하며 공세를 폈다.
검찰은 올해 1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을 압수수색하고 같은 달 김 전 장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이후 2개월여 동안 환경부와 환경공단 관계자,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2명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3개월에 걸친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과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를 거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기록은 총 수천 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는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당초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구속하면 환경부의 물갈이 인사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장 기각으로 이런 기대는 일단 무산됐다.
특히 법원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들의 교체 인사를 두고 쉽사리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검찰로서는 향후 다른 피의자들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때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법조계에서는 검찰의 향후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비롯한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위법성에 의문을 표시한 만큼, 수사 동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없지 않은 만큼 검찰이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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