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TV] 90㎡ 도로가 101억원에 낙찰된 기막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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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회장님의 알박기" vs "빌려준 돈 받아야"
▶최진석 기자
이슈가 있으면 언제든 한다, 집중탐구! 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입니다. 오늘 전해드릴 소식은 경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구의 한 법원 경매에서 90.7㎡ 작은 부지가 무려 101억원, 3.3㎡당 3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요. 이 땅을 낙찰받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부지에서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주택 조합이었습니다. 양길성 기자, 어떻게 된 일이죠?▷양길성 기자
네, 지난달 25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대구지방법원에서 90.7㎡ 땅에 대한 경매가 있었는데요. 해당 부지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에서 추진 중인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의 사업지였습니다. 낙찰가는 101억원. 3.3㎡당 3억7000만원 수준입니다. 감정가 2억1700만원과 비교하면 46배에 달합니다. 2등 입찰가도 47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날 경매에는 7명이 참가했습니다.▶최진석 기자
조합이 101억원이나 주고 땅을 낙찰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양길성 기자
지분 6분의 1에 잡힌 근저당권 때문입니다. 부지 6분의 1인 15.1㎡. 옛 4평 땅에 135억원의 근저당권이 잡혀있었는데요. 사업 부지에 근저당권이 잡혀 있으면 나중에 분양이 안 되는데요. 그래서 조합 측이 근저당권을 지우려고 경매에 나선겁니다. ▶최진석 기자
그 작은 땅에 135억원에 달하는 근저당권을 누가, 왜 설정한 거죠?▷양길성 기자
사연이 깊습니다.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람은 개발업자 박성찬 회장입니다. 서울에서 트라움하우스 등 고급 주택을 시공한 디벨로퍼입니다. 박 회장이 개발한 트라움하우스 5차는 무려 14년째 공동주택 공시지가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박 회장은 2006년 2월 이 땅에 13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당시에 보경씨엔씨라는 개발업체가 주택 시행을 위해 해당 부지를 사는 과정에서 박모 씨에게 85억원을 빌렸습니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158억원인데요. 이를 담보하기 위해 박 씨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겁니다.
▶최진석 기자
4평 땅에 135억 근저당 설정이라. 뭔가 이상하네요. ▷양길성 기자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사업 부지의 95%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남은 5% 땅에 대해 매도청구소송을 해 잔여 사업부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135억 근저당이죠. 소유권을 확보해도 근저당을 해결하지 못하면 분양을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빌미로 박회장은 조합에 85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조합은 주장합니다.
조합은 일종의 알박기라고 주장합니다. 알박기란 개발 예정지에 땅을 사서 안 팔고 버티는 행위입니다. 개발주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비용이 늘어나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런 땅을 높은 값에 매입합니다. 박 회장은 땅을 산 것이 아니라 일부 땅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알박기를 했다고 조합은 주장했습니다. 조합은 현재 2600억원대를 차입한 상태입니다. 조합원 950명이 내는 한 달 이자만 15억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박 회장 측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합니다.
▶최진석 기자
공유물분할을 위한 형식적 경매…. 말도 참 어려운데 어떤 건가요?▷양길성 기자
법원은 일부 지분권자가 요구하면 공유물 분할을 허용합니다. 부동산을 쪼개기 어려운 경우 경매를 통해 판 뒤 지분 비율대로 돈을 나누도록 합니다. 경매로 낙찰이 이뤄지면 기존의 근저당 등 권리관계는 모두 말소됩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조합은 근저당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9월 자신들 소유의 땅에 대해 공유물분할등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5일 101억원을 써내 낙찰 받은 거죠.
▶최진석 기자
이렇게 높은 값에 낙찰받으면 조합은 큰 손실을 보는 것 아닌가요?
▷양길성 기자
조합 입장에서 보면 박 회장 요구대로 돈을 주는 것보다 이익입니다. 낙찰 금액은 우선 근저당권자에게 배당됩니다. 박 회장은 6분의 1 지분에 대해서만 근저당을 설정한 상황입니다. 낙찰가의 6분의 1인 17억원이 배당되겠죠. 배당되고 남은 돈을 조합이 찾아옵니다.
▶최진석 기자
해당 부지를 낙찰받았는데 문제가 또 남았다면서요?
▷양길성 기자
네, 이번엔 조합 측이 지난해 5월 매도청구소송을 한 2개 필지가 문제입니다. 경매를 진행한 땅 외에 박 씨는 73.4㎡ 다세대주택 하나, 도로 터 90.1㎡를 더 갖고 있습니다. 이 매도청구소송이 늦어지면 말씀드린 대로 사업도 늦어지고 조합이 내야 할 이자비용도 늘어나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 6월 조합 측은 2차 원정시위를 가졌습니다. 변론기일 변경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소송을 지연하고 있다는 게 조합 측 주장입니다.
▶최진석 기자
박 회장도 입장이 있다고 하던데요?▷양길성 기자
매도청구소송은 사업 승인을 받은 뒤 3개월 간 협의를 거쳐 해야 하는데 조합이 사업승인도 받기 전부터 소송부터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진석 기자
그런 사연이 숨어있었군요. 사유지를 모두 사서 개발사업을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군요.
▷양길성 기자
그렇습니다.▶최진석 기자
양길성 기자 잘 들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에 투자할 땐 돌발 변수가 많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할 것 같습니다. 이상 집코노미TV였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최진석·양길성 기자
촬영 한성구 인턴기자 편집 이시은 인턴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