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세금 더 내도록 법인세 체계 근본적으로 바꿔야"

라가르드 IMF 총재 주장
'구글세' 등 도입에 힘 실어줘
유럽의회, 저작권법 개혁안 통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글로벌 기업들이 실제 이익을 내는 국가에 세금을 더 내도록 국제 법인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인 법인세 부과 방식으론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정확히 세금을 물릴 수 없어 조세 회피가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도입을 논의하는 ‘디지털세’ ‘최저 법인세율’ 등과 같은 맥락이어서 주목된다.라가르드 총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각국 정부는 디지털 기업들이 서비스를 운영 중인 국가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조세피난처에 거점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세금을 덜 내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현재 국제 법인세 체제는 오래됐기 때문에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각국 정부가 지난 30년간 법인세율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면서 과세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저소득 국가”라고 밝혔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탈세로 150개 저소득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2000억달러의 세수 손실을 매년 보고 있다.라가르드 총재의 주장은 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EU의 디지털세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달 들어 프랑스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 영업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디지털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영국도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매출액의 2%를 세금으로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제 개편 방안으로 최소한 내야 하는 법인세를 다국적 기업 등에 강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기업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과 관련해 이익이 발생한 국가에서 과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잔여 이익은 모든 관련국에 배분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유럽의회는 26일 인터넷상에서 뉴스, 글, 이미지, 영상 등 콘텐츠의 재배포를 제한하는 저작권법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이용자들끼리 공유하는 콘텐츠 위주로 이뤄진 구글과 페이스북 등 IT 기업을 겨냥한 법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