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수용 베이징 도착…냉기류 속 북미 접촉 가능성 주목

中외교라인 부재 속 비건·리수용 베이징 동반 출현 눈길
北매체 "리수용, 라오스 방문차 평양 출발해"
김형준 주러 北대사도 나와…중국과 김정은 방러 논의 가능성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냉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이 26일 베이징(北京) 공항에 도착해 눈길을 끌고 있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해외 순방으로 일부 고위 관리들이 베이징을 비운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 특별대표가 베이징에 머물고 있어 북미 간 접촉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수용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노동당 대표단은 이날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뒤 중국 대외연락부 차량을 이용해 북한 대사관 차량과 함께 공항을 빠져나가 북한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이날 공항에는 중국의 당 대 당 외교를 총괄하는 대외연락부 관계자들을 포함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까지 영접을 나왔다.이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리수용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 노동당 대표단이 라오스 방문을 위해 26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명목은 라오스 방문이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1주년을 기념해 베이징을 들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용 열차로 1차 방중한 지 1주년이 되는 날로 북·중 양국 모두 당일 특별한 행사를 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지난 1~2월에 북·중 양국은 예술 공연단 교환 방문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1주년을 축하했고, 당시 리수용 부위원장이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온 바 있다.

주목할 점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주역인 비건 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시 주석의 유럽 순방을 수행하는 가운데 비건이 베이징에 와있는 게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비건 대표는 지난 24일 베이징에 왔으며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북한 비핵화 문제와 대북 압박을 위한 제재 이행 공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리수용 부위원장의 전격 방중은 베이징에서 북미 간 모종의 접촉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 외교라인이 시 주석 순방으로 베이징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비건 대표가 온 것도 이상하고 이런 시기에 리수용 부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한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북미 간 접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리수용 부위원장의 베이징 도착에 대해 "현재 발표할 소식이 없다"면서 비건 대표의 방중에 대해서는 "유관국들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발표할 소식이 있으면 제 때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공항에서는 지난 19일 급거 귀국한 김형준 주러 북한대사와 김창민 유엔 국제기구 국장도 목격됐다.이에 따라 이날 방중한 북한 고위 인사가 내달로 예상되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중국 측과 이와 관련된 상의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