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개정으로 납품업자 악의적 신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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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간담회정부가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체 간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해 마련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원사업자를 협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불만 쏟아낸 유통산업계
"규제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부처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13개 협회·단체를 초청해 26일 연 ‘공정경제 간담회’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의 후속 조치로 제도 개선 성과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지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간담회에 참석한 대형 유통업체, 프랜차이즈 본사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하도급법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개정 하도급법은 하도급업체가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원사업자가 이들과의 거래를 단절하는 등 보복조치를 취하면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 참석자는 “납품업체에 문제가 있어 거래를 끊었더라도 이들이 ‘보복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하면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복조치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정부가 명확히 규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정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자사하고만 거래하도록 강요하는 전속거래도 금지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정부에 “전속거래가 허용되는 예외 사유 등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프랜차이즈를 규제하기 위해 이른바 ‘2+1 제도’ 도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도는 2개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브랜드만 가맹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2017년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8일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영세 브랜드 난립의 폐해가 크다”며 “다만 (2+1 제도를) 법률로 강제하느냐, 민간과 협력해 관행으로 유도하느냐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창업을 막아 시장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법 개정에 부정적이다.
가맹점주들은 개정 하도급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가맹점주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점주들의 협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김재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