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혁신' 막힌 애플, '서비스 기업'으로 방향 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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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서비스' 변신 선언애플이 하드웨어 기업에서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에 나섰다. 스티브 잡스가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차고에서 창업한 이후 맥컴퓨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들어온 제조업체가 새 시도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디즈니 겨냥한 '애플TV+'
전세계 매거진·신문 망라한 '뉴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최근 들어선 한계에 다다랐다는 외부의 평가가 거듭됐다. 이를 만회하려고 서비스와 콘텐츠 중심 기업으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공개
애플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사옥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애플 스페셜 이벤트’를 열고 자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TV플러스’를 공개했다.
기존 애플TV는 셋톱박스 형태로 TV에 연결해 이용해야 했다. TV플러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컴퓨터, 애플TV 등에서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의 스마트TV에서도 쓸 수 있다. 애플은 오는 5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 서비스 이용요금은 공개하지 않았다.애플은 자체 콘텐츠 제작에 연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이날 행사에선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영화배우 제니퍼 애니스턴, 리스 위더스푼,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 등이 등장해 TV플러스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했다.
애플은 이 밖에도 뉴스·잡지 구독 서비스 ‘뉴스플러스’와 구독형 게임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골드만삭스와 제휴한 ‘애플카드’ 등을 발표했다.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가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혁신제품 내놓지 못해 성장 정체
애플은 창립 이후 하드웨어 전문 기업의 길을 걸어왔다. 뛰어난 품질의 하드웨어를 내놓고 그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했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제조 사업에 뛰어든 뒤에는 누구나 앱을 만들어 전 세계 애플 사용자에게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 앱스토어를 내놨다.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아이클라우드로 묶어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했다. 이 모든 것은 더 많은 하드웨어를 판매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 같은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 작년 4분기(애플 2019회계연도 1분기) 아이폰 매출은 519억달러(약 5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 감소했다. 맥과 아이패드는 각각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 67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 그쳤다.애플은 작년 9월 999달러부터 시작하는 아이폰XS를 내놨다. 대화면 모델인 아이폰XS맥스는 최대 1449달러에 이른다. 애플은 그동안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왔지만 역대 최고가에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애플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면서 아이폰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물론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침투하면서 애플의 고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아마존·디즈니와 경쟁해야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거대한 규모로 성장한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로 눈을 돌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는 426억달러(약 48조3000억원)로 영화 박스오피스 시장(411억달러·약 46조6000억원)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장은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훌루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최대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는 물론 최근 타임워너를 인수한 AT&T도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애플의 도전에 대한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애플이 다양한 새 서비스를 발표했으나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오히려 1.21% 하락한 채 마감했다. WSJ는 “이날 애플의 발표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새로울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발표한 내용은 모두 이미 다른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에 자사의 브랜드만 입혔을 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TV플러스가 ‘넷플릭스 킬러’가 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씨넷은 “아직 넷플릭스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아마존프라임비디오, 훌루 등 기존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미국 잡지 베네티페어는 “애플은 이날 행사를 통해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얼마나 몰아내고 싶어 하는지 증명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할리우드의 기존 콘텐츠에 대한 애플 TV플러스의 높은 의존도를 볼 때 넷플릭스 킬러가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추가영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