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지정 평가 거부' 자사고-서울교육청 협상…견해차만 확인

자사고 "평가지표 전면 재검토"…교육청 "평가참여" 평행선
자사고 측이 요구해온 교육감 면담 가능성은 열려
재지정 평가 거부를 선언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26일 서울시교육청과 협상을 벌였으나 견해차만 확인했다.서울자사교교장협의회와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자사고 쪽에서는 평가지표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구성됐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고, 교육청 쪽은 재지정 평가(운영성과평가) 참여를 권고했다.평가거부를 철회하겠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자사고 쪽에서 지표별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했고 이에 교육청 쪽도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서로의 주장을) 이해했다거나 납득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인 김철경 대광고 교장은 회의 경과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은 회피하면서 "평행선이었다"고 답했다.이전보다 진전된 점이 있다면 교육청이 교장단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면담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이다.

박 국장은 "실무협의를 진행한 만큼 교육감이나 부교육감과 면담도 가능하다"면서 "조 교육감은 (교장단과 면담을) 안 한다는 입장이 아니며 실무선에서 검토된 것을 가지고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올해와 내년 진행될 운영평가가 '자사고 죽이기'를 목표로 진행된다며 전날 평가지표 재설정을 요구하고 무기한 평가거부를 선언했다.그러면서 평가의 기초자료인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협의회는 교육청에 대화를 호소했지만 교육감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평가파탄' 책임을 조 교육감에게 돌렸다.

자사고들은 재지정 기준점이 60점에서 70점(전북은 80점)으로 높아진 점과 학생·학부모 만족도 등 자사고에 유리한 항목 배점은 낮아지고 '사회통합전형을 통한 신입생 충원율' 등 불리한 항목 배점이 높아진 점을 문제삼는다.
교육청은 일단 보고서 제출기한인 29일까지 자사고들을 계속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끝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내린 뒤 평가보고서 없이 평가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평가거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자사고들의 핵심주장인 '평가지표 재검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교육청뿐 아니라 자사고 쪽도 인정한다.이에 일각에서는 평가를 앞두고 평가자인 교육청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보여주기식 거부'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