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LG, 사업재편 '가속'…LCD 소재사업 판다

中 편광판·국내 유리기판 매각
美듀폰 OLED 소재기술 인수
▶마켓인사이트 3월 27일 오후 4시15분

LG화학이 LCD(액정표시장치)용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을 팔고 LCD 소재 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신 미국 다우듀폰으로부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기술을 인수하기로 했다. OLED 소재 분야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LG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정보전자소재사업부문 중 LCD용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을 팔기 위해 HSBC증권과 BDA파트너스를 각각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유리기판사업은 경기 파주에, 편광판 사업은 중국 베이징 광저우 등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두 사업의 매출은 2조원 안팎이다. LG화학은 전체 매각 금액이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우선적으로는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협력 파트너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LG화학은 동시에 다우듀폰에서 ‘솔루블(soluble) 공정 기술’로 알려진 차세대 OLED 소재 기술을 약 2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미 계약을 맺었고, 조만간 인수대금 납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올 들어 LG전자는 연료전지 자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기로 했다. 이어 LG유플러스가 케이블업계 1위 업체인 CJ헬로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LG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 재편을 계속하고 있다.

3M 부회장 영입 후 곧바로 OLED 사업 강화…LG의 '실리콘밸리식 사업재편' 속도 낸다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이 전례없는 속도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이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전략 사업에는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정체된 사업은 매몰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회사를 팔거나 사업을 접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사업 재편이 초래할 LG그룹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다.
LCD 소재 사업 매각 왜?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정보전자소재사업 부문 산하 5개 사업부 중 유리기판 사업과 편광판 사업의 경영권또는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만드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과 LCD TV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LG화학 관계자는 “편광판은 중국 내 협력파트너를 찾고 있고, 유리기판은 LCD시장 정체로 LCD 외 다양한 적용처가 필요해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LG화학은 대신 OLED 소재를 중심으로 정보전자소재사업을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 최대 화학업체 다우듀폰으로부터 OLED 소재 기술을 인수키로 하고 막판 협상을 하고 있는 배경이다.

인수 대상엔 차세대 OLED 기술인 ‘잉크젯 프린팅’과 관련된 특허 및 공정기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이 지난해 말 글로벌 혁신 기업의 대명사인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LG화학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도 정보전자소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알려졌다.

이번 M&A에 정통한 관계자는 “다우듀폰의 매각 의향을 미리 간파한 LG화학 측이 은밀하게 협상을 제의한 것으로 안다”며 “이르면 이달 안에 인수자금을 완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이번 소재 사업 재편은 LCD 대신 OLED 패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그룹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 풀이다. LCD TV는 과거 브라운관과 PDP TV를 대체하면서 현재 TV 시장의 주력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계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패널 가격을 낮추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건설 중인 경기 파주와 중국 광저우의 신공장을 대형 OLED 패널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 회사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노트북과 모니터 등 정보기술(IT)용 OLED 패널을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화질이 뛰어나면서도 모양이나 디자인을 쉽게 바꿀 수 있는 OLED 패널을 활용한 TV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달라진 LG 과감한 의사결정

재계에선 “LG그룹의 의사결정이 과감하고 신속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 회장이 지난해 6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LG그룹은 △국내 케이블업계 1위 CJ헬로비전 인수 △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 매각 △그룹 연료전지 계열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 매각(또는 청산) 등 잇따른 사업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자 오너 일가가 소유한 물류 계열사 판토스 지분을 주저없이 매각했다.구 회장 취임 이전부터 LG그룹의 체질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주)LG와 LG전자가 지난해 4월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헤드라이트업체 ZKW의 경영권을 전격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인수가는 총 11억유로(약 1조4500억원)로 LG그룹 역대 최대 규모 M&A로 기록됐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