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연임반대 "소액주주 '0.54%'의 기적"…박창진 '엄지척'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된 가운데, 시민단체가 위임 받은 소액주주 의결권도 작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은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부터 약 2주간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 권유 활동을 한 결과 소액주주 140여명에게서 51만5천907주(0.54%)를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2주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에 전국은 물론 멕시코, 캐나다, 홍콩 등 해외에서 많은 소액주주들이 위임 의사를 전해줬다"며 "국내 소액주주운동 역사상 가장 많은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시민행동은 모은 소액주주 의결권을 바탕으로 주총에서 연임 반대에 표를 던졌다.

대한항공 정관상 사내이사가 연임하려면 찬성이 66.66% 이상이어야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는 찬성 지분이 64.09%로 집계됐다.이들이 모은 소액주주 지분 0.54%가 작지 않은 역할을 한 셈이다.

참여연대는 주총 후 입장문에서 "오늘 조양호 회장의 연임 부결은 개인주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0.54%의 기적'이었다"며 "이를 통해 개인주주들은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경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권한을 행사할 권리를 인식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함께 소액주주 운동에 참여한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주총 후 취재진에게 "대한항공을 시초로 해서 이뤄진 이 경제민주화나 공정화의 과정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또 많은 분들이 함께 용기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겠다"고 말했다.박 지부장은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 보이기도 했다.

'땅콩 회항'은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멈추고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사건이다.

조 전 부사장은 당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책임자(객실사무장)이던 박 지부장에 폭력적 행위를 하고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해 '갑질 논란'을 촉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