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김학의 CD' 발언에 한국당 청문 보이콧

중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한국당, 황교안 끌어들이자 폭발
내년 최저임금 관련 질문에
박영선 "경제 악화땐 동결 검토해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파행으로 끝이 났다. 박 후보자의 자료 미비를 이유로 27일 청문회 ‘보이콧’을 거론했던 자유한국당은 오후 질의를 마친 뒤 박 후보자의 답변 태도 등을 문제 삼아 이날 저녁 8시께 청문회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이날 청문회 도중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근무할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 담긴 동영상(CD)을 언급하며 임명을 말렸다는 취지의 발언이 야당을 자극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자유한국당, 청문회 ‘보이콧’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저녁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자의 불성실하고, 위선적인 행태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청문회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당 청문위원들은 “중기부 장관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700만 소상공인과 58만 중소벤처기업인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라면서 “과거 청문회에서 자료제출을 안 한다고 닦달하며 공격수로 날고뛰던 박 후보자는 안하무인 수비수로 일관했다”고 청문회 보이콧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는 질의의 핵심을 흐리는 불성실한 답변 태도와 비아냥거리는 거짓말 해명, 중기부 직원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박 후보자 청문회는 처음부터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한국당 의원들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청문회 저격수로 활약했던 박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공세에 나섰다. 개인 신상 보호 등을 이유로 2252건의 요구 자료 중 145건을 거절한 박 후보자의 태도를 과거 청문위원 때 박 후보자가 했던 발언 동영상까지 준비해가며 압박했다.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과거 후보자가 국회에서 40번 인사청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료 없이 하는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고 해왔다”며 “본인이 한 말을 되돌려 보라”며 자료 미제출을 질타했다.

여성비하에 성희롱 발언 논란까지

한국당 의원들의 ‘유방암 수술’ 자료 요구를 계기로 박 후보자는 본격적으로 공세적으로 전환했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박 후보자는 관련 자료 요청이 ‘성희롱’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유방암 수술 관련 자료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라며 “제가 (질문을 한) 윤한홍 의원님에게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느냐’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반격했다.이에 한국당은 물론 민주평화당 등 야당 의원들이 박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면서 소란이 일었고 청문회는 30분간 정회됐다. 이후 계속된 질의에서 박 후보자는 남편의 일본 주택 임대소득 신고과정에서 국세청에 대한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철규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그런 식의 질의를 받으면 굉장히 화가 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영선 “경제악화 시 최저임금 동결해야”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지방자치단체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으로부터 관련 질의를 받고는 “최저임금은 오히려 지자체별로 결정되는 게 좋겠다는 게 제 의견”이라며 “내년도 경제 상황이 만약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진다면,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다.박 후보자는 또 중소기업 자금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온 약속어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구체적으로 폐지 예고기간을 주고 연착륙을 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라며 장관에 취임하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시간대별 계획을 밝히겠다는 방법도 제시했다. 박 후보자는 중기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자발적 상생협력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