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 70년간 한국 자본시장 성장 힘 보탠 '증권사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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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은 한국 최초(最初)의 증권사다. 1949년 11월 22일 대한증권으로 출범해 70년간 자본시장에서 한국 경제의 발전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6·25전쟁, 증권거래소 설립, 기업공개제도 도입, IMF 구제금융 신청 등 굵직한 경제사와 함께 성장했다.
○광복 후 ‘증권사 면허 1호’교보증권의 설립은 옛 ‘증권맨’의 열망에서 태동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선언과 함께 광복을 맞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일본 식민지 수탈 정책으로 국토는 황폐해졌고, 실업자가 거리마다 넘쳐흘렀다. 설상가상으로 미군정이 일본인 자산을 몰수하는 과정에서 옛 증권거래소 격인 ‘조선증권취인소’를 폐쇄하면서 증권시장도 사라졌다. 경제기반 구축을 위해 민족 자본을 동원할 방법도 사라졌다.일제강점기 금익증권을 경영한 송대순을 비롯한 40여 명은 1947년 9월 한국증권구락부(클럽)를 만들어 증권시장 재건을 논의했다. 그 결과물로 1949년 대한증권이 탄생했다. 발기인 송대순이 초대 사장을 맡았고, 김도연 초대 재무장관의 결정으로 증권업 면허 1호를 취득했다.
1953년 대한증권 동양증권 고려증권 등 증권 5개사는 거래소 설립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송 사장 주도로 그해 11월 대한증권협회(현 금융투자협회로 통합)가 설립됐다. 이후 증권사가 늘고 증권 거래도 더욱 활발해지자 정부는 1956년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문을 열었다. 대한증권은 이후 1994년 교보생명으로 인수되면서 현재의 교보증권으로 거듭났다.한국 증권업 태동기에 출범한 교보증권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증권업의 역사였다. 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증권사가 문을 닫을 때 교보증권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위기를 넘겼다. 1999년 코스닥 상장을 한 뒤 2002년에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창립 70주년… 最古에서 最高로교보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501억원, 영업이익 933억원, 순이익 773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15.2%, 2.4%, 5.5% 올랐다. 순이익은 당초 목표치인 660억원을 117% 초과 달성해 창립 후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던 2015년 실적(789억원)에 육박했다. 증권사의 경영효율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로 업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중형사로 분류되지만 대형사와 견줄 만큼 탄탄한 수익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취임해 다섯 번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하면서 증권사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된 김해준 사장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주효했다. 부동산금융(구조화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 S&T(세일즈앤드트레이딩), 고객 자산관리(WM), 채권·외환상품(FICC)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매출 증대가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들어선 회사가 새로운 투자은행(IB) 분야 사업으로 꼽는 부동산 금융에서 공공사업부문 및 산업단지 거래가 늘어났고, 장외파생운용 거래대금이 늘면서 위탁매매수익도 올라갔다.교보증권은 이 같은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배당을 결의했다. 보통주 1주당 35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배당성향도 16%로 작년 대비 14% 올라갔다.
교보증권은 창립 70주년의 경영목표를 ‘영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활용도 제고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로 정했다. 올해 세부 목표는 영업이익 1000억원, 당기순이익 800억원, ROE 8.7%다. 이익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현재 교보증권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9배 수준으로 업종평균(0.68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중·장기 사업모델 발굴에 총력
교보증권은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중·장기 관점에서 유망 먹거리 사업모델을 찾는 작업에 힘쓰기로 했다.
주식중개(브로커리지) 부문에선 글로벌 영업 분야로 꼽히는 해외선물, 주식, 채권,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된 신상품과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IB, 사모펀드 등의 사업에서 본사와 지점 간 영업 연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해외 옵션과 헤지펀드 및 자사주 매매, 블록딜 관련 신규 사업과 상품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IB 사업인 구조화금융(SF)·프로젝트금융(PF) 사업부문에선 공공부문, 산업단지, 도시재생,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비주거 부동산 관련 상품을 적극 개발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와 해외 부동산 투자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기로 했다. 전통 IB인 기업공개(IPO),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 등의 영업을 강화하고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이를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및 코넥스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분석하는 서비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S&T 부문에선 올해 글로벌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하는 운용을 펼칠 계획이다. 헤지 전략을 마련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예정이다. WM 부문은 글로벌자산인 외화예금, 해외신탁, 외화구조화상품 등의 잔액을 늘리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고수익상품인 파생결합사채 및 사모펀드 판매를 확대하고, 금리 헤지형 대체자산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고금리 자산 비중도 높일 방침이다.김 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수익을 달성하고, 교보증권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긋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광복 후 ‘증권사 면허 1호’교보증권의 설립은 옛 ‘증권맨’의 열망에서 태동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선언과 함께 광복을 맞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일본 식민지 수탈 정책으로 국토는 황폐해졌고, 실업자가 거리마다 넘쳐흘렀다. 설상가상으로 미군정이 일본인 자산을 몰수하는 과정에서 옛 증권거래소 격인 ‘조선증권취인소’를 폐쇄하면서 증권시장도 사라졌다. 경제기반 구축을 위해 민족 자본을 동원할 방법도 사라졌다.일제강점기 금익증권을 경영한 송대순을 비롯한 40여 명은 1947년 9월 한국증권구락부(클럽)를 만들어 증권시장 재건을 논의했다. 그 결과물로 1949년 대한증권이 탄생했다. 발기인 송대순이 초대 사장을 맡았고, 김도연 초대 재무장관의 결정으로 증권업 면허 1호를 취득했다.
1953년 대한증권 동양증권 고려증권 등 증권 5개사는 거래소 설립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송 사장 주도로 그해 11월 대한증권협회(현 금융투자협회로 통합)가 설립됐다. 이후 증권사가 늘고 증권 거래도 더욱 활발해지자 정부는 1956년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문을 열었다. 대한증권은 이후 1994년 교보생명으로 인수되면서 현재의 교보증권으로 거듭났다.한국 증권업 태동기에 출범한 교보증권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증권업의 역사였다. 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증권사가 문을 닫을 때 교보증권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위기를 넘겼다. 1999년 코스닥 상장을 한 뒤 2002년에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창립 70주년… 最古에서 最高로교보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501억원, 영업이익 933억원, 순이익 773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15.2%, 2.4%, 5.5% 올랐다. 순이익은 당초 목표치인 660억원을 117% 초과 달성해 창립 후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던 2015년 실적(789억원)에 육박했다. 증권사의 경영효율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로 업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중형사로 분류되지만 대형사와 견줄 만큼 탄탄한 수익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취임해 다섯 번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하면서 증권사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된 김해준 사장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주효했다. 부동산금융(구조화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 S&T(세일즈앤드트레이딩), 고객 자산관리(WM), 채권·외환상품(FICC)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매출 증대가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들어선 회사가 새로운 투자은행(IB) 분야 사업으로 꼽는 부동산 금융에서 공공사업부문 및 산업단지 거래가 늘어났고, 장외파생운용 거래대금이 늘면서 위탁매매수익도 올라갔다.교보증권은 이 같은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배당을 결의했다. 보통주 1주당 35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배당성향도 16%로 작년 대비 14% 올라갔다.
교보증권은 창립 70주년의 경영목표를 ‘영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활용도 제고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로 정했다. 올해 세부 목표는 영업이익 1000억원, 당기순이익 800억원, ROE 8.7%다. 이익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현재 교보증권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9배 수준으로 업종평균(0.68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중·장기 사업모델 발굴에 총력
교보증권은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중·장기 관점에서 유망 먹거리 사업모델을 찾는 작업에 힘쓰기로 했다.
주식중개(브로커리지) 부문에선 글로벌 영업 분야로 꼽히는 해외선물, 주식, 채권,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된 신상품과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IB, 사모펀드 등의 사업에서 본사와 지점 간 영업 연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해외 옵션과 헤지펀드 및 자사주 매매, 블록딜 관련 신규 사업과 상품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IB 사업인 구조화금융(SF)·프로젝트금융(PF) 사업부문에선 공공부문, 산업단지, 도시재생,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비주거 부동산 관련 상품을 적극 개발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와 해외 부동산 투자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기로 했다. 전통 IB인 기업공개(IPO),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 등의 영업을 강화하고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이를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및 코넥스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분석하는 서비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S&T 부문에선 올해 글로벌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하는 운용을 펼칠 계획이다. 헤지 전략을 마련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예정이다. WM 부문은 글로벌자산인 외화예금, 해외신탁, 외화구조화상품 등의 잔액을 늘리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고수익상품인 파생결합사채 및 사모펀드 판매를 확대하고, 금리 헤지형 대체자산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고금리 자산 비중도 높일 방침이다.김 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수익을 달성하고, 교보증권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긋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