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광학 엔진'부터 '음원 분리'까지…SKT, 사내 유망기술 사업화한다

구글 자율주행차 연구 '웨이모'와 유사
사내 '깐깐한' 검증 통해 후속 지원까지
ICT 생태계 확장 기대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왼쪽에서부터 5번째), 이종민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왼쪽에서부터 4번째)과 테크이노베이션그룹 구성원들이 ‘스타게이트’ 프로그램 출범을 알리고 있다./사진=SKT
SK텔레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정보통신기술은 무엇일까. SK텔레콤은 사내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SK텔레콤의 사내 유망 기술을 사업화하는 프로그램이다.

SK텔레콤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삼화타워빌딩에서 간담회를 열고 유망 기술 전담 프로그램인 스타게이트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내년까지 3개 기술을 사업화해 전 세계 시장에 진출시킬 예정이다.◆SKT, 광학엔진 기술부터 AI 기술까지 연구개발 지원

SK텔레콤은 현재 스타게이트를 통해 독자 개발한 20여개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및 시장성을 검토 중이다.

초소형 레이저 광학엔진(레이저 광원을 활용해 디지털 이미지·영상을 빛으로 투영하는 장치) ‘옵틱스(Optics)’는 연내 스핀-아웃될 예정이다. 옵틱스는 50X50X30㎜의 주사위 크기로 AI(인공지능) 스피커,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기에 탑재할 수 있다. 최대 100인치 영상을 볼 수 있는 200루멘 밝기를 지원하고 기기가 움직여도 자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종민 ICT기술센터 그룹장은 “옵틱스는 SK텔레콤의 홀로그램 박스에도 장착됐다”며 “현대자동차의 윈드쉴드에도 탑재될 수 있도록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AI(인공지능)를 이용해 음원에서 보컬과 반주를 분리하는 ‘음원 분리 기술’도 눈길을 끈다. 음원 분리 기술은 오디오 신호 분석 기술과 딥 러닝 기술을 결합해 음원에서 보컬과 반주 등의 구성 요소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 그룹장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이야기 하다가 ‘음원을 쪼갤 수 있는가’란 얘기가 나와서, 한번 해보겠다고 한 것이 해당 기술의 시작”이라며 “학습된 AI에 노래를 넣으면 구분을 하는 식인데, SM 아티스트가 들어보니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이 밖에도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인공지능이 조건에 맞는 장면을 찾아주는 'AI 맞춤형 미디어 디스커버리 기술'도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해당 기능은 키스신이나 댄스신 등 동영상의 특정 장면을 인식해서 데이터를 뽑는 기술이다.
◆인력유출?…“회사와 직원 동반성장”

SK텔레콤은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와 직원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기술은 SK텔레콤의 사업 영역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쓰이게 된다.스타게이트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는 SK텔레콤의 양자암호통신 기술이다. SK텔레콤의 양자암호기술은 양자암호통신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스위스의 IDQ사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독립했다.

스타게이트는 구글이 기술 기반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은 지난 2009년 내부의 자율주행 연구 프로젝트를 '웨이모'로 독립시켜 자율주행차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만들었다.

SK텔레콤은 구성원들이 가진 사업 아이템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사적으로 초기 3년간은 보상이나 처우의 하락이 없이 사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회사의 인력유출로만 보지 않고 ICT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로 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은 "스타게이트는 선순환적인 효과가 크다고 본다"며 "SK텔레콤은 대기업이고 변화가 느리다는 것이 대학생이나 벤처 기업 직원들의 생각"이라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밖에서 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사내에서 한다면 좋은 외부 인력들이 유입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