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민의 쌈짓돈] '국민 재테크 상품' ELS, 가입 전 체크리스트는?

[편집자주] 저금리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다지만 돈 모으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매월 월급날이 돌아오더라도 대출금과 카드값, 공과금이 차례로 빠져나가고 나면 주머니는 얇아지기 마련입니다. 한경닷컴은 적은 돈부터 시작해보길 권합니다. 금융권에서 조금이라도 덜 쓰고 더 받는 방법을 모아 매주 [쌈짓돈]을 통해 연재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주거래은행을 방문한 회사원 박지은 씨는 여유자금을 주가연계예금(ELD·equity linked deposit)상품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은행 영업점 직원은 "만기 해지 시 연 1.0%를 보장하면서 코스피200지수의 변동에 따라 최고 연 6.2%의 수익을 주는 복합예금"이라고 상품을 추천했습니다. 김 씨는 "수익이 주가지수에 연동된다는 말에 가입해도 될 지 망설여졌다"며 "대신 특판 예금 상품에 가입했다"고 말했습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의 변동이 확대되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통상 예금보다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내세운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 등 파생결합상품을 적극 판매하고 있습니다. 28일 [쌈짓돈]에선 ELS와 ELF, ELD 등 파생결합상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LS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포함해 지난해에만 84조7736억원이 발행된 상품으로 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구조화 상품입니다. 기초자산이 정해진 시점에 수익구조에서 제시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가입자는 사전에 정한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기초자산 가격이 원금 손실을 입는 '녹인' 구간에 들어갈 수 있으니 위험성을 인지해야 합니다. 예금과 달리 중도 해지 시에도 수수료가 부과돼 원금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상 선진국 증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유로스톡스50지수, 닛케이225지수 등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 H지수)가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ELS와 이름이 '한끗차이'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ELD 등 상품들을 알아볼까요.

보다 안정적인 상품을 선호하는 은행권에서는 ELB와 ELD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ELB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원금보장형 ELS'에 가깝습니다. 다만 ELB 역시 채권인 만큼 만에 하나 채권을 발행한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여러개의 ELS를 묶어 펀드로 운용하는 상품은 '주가연계펀드(ELF·equity linked fund)'란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ELS를 신탁 계정(Trust)에 담아 운용하는 '주가연계신탁(ELT)'도 있습니다.

예금자보호법 적용을 받는 ELD도 빠뜨릴 수 없죠. 은행 정기예금에 특정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도록 설계한 상품입니다. ELD는 예보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ELS를 비롯한 구조화 상품의 특성과 구조에 대해 가입 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추면 예상과 다른 수준의 위험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ELS·ELF·ELD 등이 증시를 기반으로 한 상품이란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주로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주요 선진국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전망을 갖고 상품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R(recession·침체)의 공포로 미국 증시가 출렁이는 등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흐름이 커진 만큼 리자드(lizard·도마뱀)형 ELS 등 안전장치가 갖춰진 상품을 택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리자드형 ELS는 하락장에서 기초자산이 조기상환 기준 이하로 밀리더라도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중도에 상품을 상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 상품입니다.

다만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ELS의 조기상환 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자료=KB증권
이중호 KB증권 델타원파생팀장은 "미국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위기 등은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올해 1월 홍콩 H지수를 활용한 ELS 발행 비중이 44.2% 기록했는데 지난해 평균치보다 현저히 낮아 쏠림현상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팀장은 "한 달 내 ELS 투자를 고려한다면 5~6%의 목표 수익률과 녹인 50~55% 수준의 구조를 갖춘 상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ELS 투자 시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한 절세 전략도 고려할 만 합니다. ISA를 활용하면 예·적금, 펀드, ELS등 상품 투자수익에 대해 비과세 및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ELS는 파생상품인 만큼 수익 전부에 대해 15.4%(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로 배당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ISA 계좌에서 발생하는 손익은 통산해 만기 인출 시 순이익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초과분은 분리과세됩니다. 세무법인 다솔 WM센터의 최용준 세무사는 "수익률이 낮은 금융상품보다는 본인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과세대상 상품이지만 수익률이 높은 ELS나 해외펀드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비과세혜택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