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10만 청약'은 기본…뜨거운 '대전의 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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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공포' 지운 대전, '분양 훈풍'
非규제·공급 감소…재고주택 가격↑
◆“10만명은 기본”1일 금융결제원의 아파트 청약 사이트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대전 서구 도안신도시에서 분양한 ‘대전아이파크시티’ 청약에 10만명 이상이 몰렸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7일 이뤄진 청약에서 1순위 경쟁률 74.5 대 1을 기록했다. 특별공급을 제외하고 1433가구 모집에 10만6786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2단지 전용면적 84㎡A 주택형은 150가구를 뽑는데 3만429명이 몰려 202.9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조기 탈락해 집계에서 배제된 기타지역 청약자까지 합치면 실제 경쟁률은 더 오른다. 이 주택형에 몰린 일반청약자만 해도 지난해 서울 재건축 최대어였던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주공8단지)’의 전체 청약접수인원(3만1423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별공급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전날 이뤄진 특별공급 청약은 527가구를 모집하는데 6371개의 통장이 쏟아지면서 13.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별공급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이 나타나는 건 이례적이다. 2단지 전용 84㎡A 주택형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52가구)에 2030쌍의 신혼부부가 청약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노부모부양 조건도 7가구 모집에 119가구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대전이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아 청약 조건이 느슨한 것도 쏠림의 요인이다. 대전을 포함해 세종시와 충남 거주자이면서 청약통장에 6개월 이상 가입했다면 모두 1순위 당해지역 조건으로 청약할 수 있다. 서울 같은 투기과열지구라면 1순위 청약을 받을 때 당해지역과 기타지역의 날짜를 나눈다. 과천 등 인구가 많지 않은 투기과열지구에서 1순위 당해 청약 때 미달이 나는 것과 달리 지방 아파트 청약 첫 날 10만명 이상 몰릴 수 있는 이유다.
대전 분양시장의 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평균 44.6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광역시도별 청약경쟁률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개별 단지들은 전국 청약경쟁률 10위권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1월 분양한 서구 탄방동 ‘e편한세상둔산’이 포문을 열었다. 이 아파트 1단지는 321.3 대 1을 기록하며 전국 2위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아파트의 2단지 또한 241.9 대 1로 전국 6위를 차지했다. 7월 분양한 도안동 ‘갑천트리풀시티’는 642가구 모집에 16만9244명이 몰렸다. 1순위 경쟁률은 263.6 대 1을 나타냈다. 9월 연이여 분양한 ‘도룡포레미소지움’도 227.3 대 1로 세자릿수 경쟁률로 마감했다.
이 같은 호황이 이어지는 건 대전 부동산 시장에서 ‘세종시 공포’가 끝나가고 있어서다. 그동안 세종에 새 아파트 공급이 집중되면서 대전에선 신규 입주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세종에 5만4515가구가 입주하는 동안 대전엔 절반 수준인 2만3642가구가 공급됐다. 인구수는 대전이 약 150만명으로 세종보다 5배가량 많다. 세종의 집들이는 갈수록 감소하는데 대전의 신규 입주도 많지 않은 편이다. 대전에서 올해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3883가구로 지난해(6538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몰리며 집값이 야금야금 올랐던 이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고주택의 가격이 오르는 지역에선 청약경쟁률도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대전의 경우 세종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데다 비(非)규제지역인 까닭에 분양권 전매 등을 노리는 투자수요도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