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감자 벤처가, '매출 100억' 포기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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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권민수 록야 공동대표감자기업 록야는 농업 분야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다.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출신인 박영민(왼쪽), 권민수 공동대표가 2011년 감자를 계약재배하는 형태로 사업을 시작한 뒤 매년 성장가도를 달렸다. 2016년 6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 연매출 100억원을 넘볼 참이었다. 창업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이었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균열을 느끼고 있었다.
불량 거래처 생기자 소매로 전환
드론 띄워 농작물 가격 예측
15억 투자 받아 'AI 농업' 도전
록야는 감자 농민과 계약해서 물량을 확보하고, 납품처를 찾아 감자를 납품하는 형태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2017년 록야가 취급하는 감자의 양은 한국 전체 감자 생산량의 1%인 6000t을 넘었다. 그해 예상 매출은 100억원이었다. 두 대표는 성장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거래처 중에 불량 거래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은 발생하지만 거래 방식 등을 고려하면 록야와 농가에 별로 이익이 안되는 곳들이었다. 록야는 매출 하락과 적자를 감수하면서 절반에 가까운 납품처를 정리하는 결단을 내렸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당시 록야의 매출은 90% 이상이 감자 도매업에서 나왔다. 종자와 재배기술 연구도 했지만 돈이 되는 분야는 아니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소매유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상품을 소량으로 재포장해 온라인몰에서 팔기 시작했다. 마켓컬리의 파트너로 입점하면서 소매 매출을 늘려갔다. 권 대표는 “25개 품목을 마켓컬리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소매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록야는 최근 충남 아산에 꼬마감자 가공공장을 짓고 가동에 들어갔다. 감자를 익히고, 얼리고, 자르는 공정을 모두 할 수 있는 곳이다. 록야는 이를 기반으로 휴게소 감자를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휴게소에서 판매되는 알감자는 대부분 값싼 베트남산 냉동감자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록야의 원료 수매 노하우에 가공공장의 처리 공정이 결합하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록야의 두 청년대표는 ‘테슬라 같은 첨단 기술기업이 되겠다’는 창업 당시의 목표도 실천하고 있다. 첫 도전은 드론 농업이다. 권 대표는 “150m 상공에 드론을 띄워 밭을 촬영하면 어떤 작물인지 분류할 수 있는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작목별로는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상태까지 왔다”고 말했다.
록야는 최근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권 대표는 “처음 투자를 유치할 때 70억원으로 평가받았던 록야의 기업가치는 이제 200억원까지 높아졌다”며 “종자 경쟁력과 산지의 노하우를 소매유통시장에 접목한 데 이어 첨단 농업까지 범위를 넓히게 되면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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