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한진칼 경영권 방어…한숨 돌렸지만 "내년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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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주총데이
국민연금의 '이사자격 강화' 안건
"과도한 경영개입" 반발에 부결
투표 결과 국민연금 제안은 찬성 48.66%로 부결됐다. 지난 27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조 회장은 한진칼 주총에서 승리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조 회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그룹 지배력 약화도 피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의 정관변경안은 애초부터 조 회장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았다. 정관변경은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이다. 상장사 주총 참석률이 통상 70~80%라는 점을 감안하면 21~24%의 의결권만 결집되면 부결된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28.93%)만으로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했던 것이다.
회사 측이 제안한 나머지 안건은 ‘참석주주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으면 되는 보통결의사항이었지만 ‘이변’을 점치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조 회장 측이 10% 안팎의 우호지분만 끌어들이면 통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틀 전 조 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이라는 충격의 패배를 당한 탓에 한진그룹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끝까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2대 주주(10.71%)인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나선 점도 부담이었다. 이날 주총은 KCGI가 위임받은 의결권을 접수해 입력하느라 예정 시간(오전 9시)보다 4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KCGI는 첫 번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에서부터 반대 의사를 밝히며 모든 안건에 대한 투표를 제안해 이날 주총은 낮 12시가 돼서야 끝났다.
“진짜 승부는 내년” 관측도
국민연금의 정관변경안과 함께 이날 주총의 승부처로 꼽혔던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KCGI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5.4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결정짓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7일 석 부회장 연임안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도 찬성을 권고하면서 가결 기준(50%)을 15%포인트 이상 웃도는 지지를 받았다. 석 부회장은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주)한진 사장(2008~2013년)과 한진해운 사장(2013~2017년) 등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친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도 싱겁게 끝났다. 회사 측이 제안한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 회장(찬성률 78.13%)과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77.41%),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58.63%)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했다.
조 회장과 그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44)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올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낙마시킨 국민연금이 내년 조 회장 부자의 한진칼 이사 재선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 ‘진짜 승부는 내년’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KCGI까지 한진칼 주식을 더 사들이면 치열한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68)도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 임기 만료로 퇴진했다. 한진중공업은 해외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부실 여파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조남호 회장 등 대주주 차등감자로 한진중공업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변경됐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