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던 브라질 등 신흥국펀드 '3월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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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수익률 급락신흥국 투자 수익률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곳은 터키와 브라질이다. 지난 22일부터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요동치면서 시장은 지난해 8월 터키발(發) 신흥국 증시 급락을 떠올리고 있다. 브라질은 연금 개혁안이 표류하면서 지난주부터 증시가 급락세다. 시장전문가들은 리라화 급락이 지난해처럼 신흥국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당분간은 이들 악재 때문에 신흥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겠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급락할 때마다 매수할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터키·브라질 악재에 펀드·채권 수익률↓지난 22일 터키 외환시장에선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가 장중 6.5% 급락했다. 지난해 8월 리라화 가치가 열흘 만에 25%가량 폭락한 뒤 최대 낙폭이다. 터키 금융당국이 개입해 리라화 매도를 일시적으로 막으며 잠시 회복했지만, 28일 리라화 가치는 다시 장중 5% 떨어졌다. 터키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 연일 '뚝뚝'
외환보유액 감소에 투자자 불안
터키 투자한 CJ CGV 주가도↓
브라질은 연금개혁안 표류가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내놓은 연금개혁안에 의회가 반발하면서 연금 개혁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하던 브라질 증시도 최근 방향을 바꿨다. 브라질 대표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달 말까지 8개월간 31.2% 올랐다. 하지만 최근 1주일 사이엔 3.7% 떨어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연금개혁안 통과를 자신했던 브라질 정부도 최근엔 통과 가능성 자체에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며 “개혁안 통과 기대감으로 빠르게 오른 증시에서도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수익률이 최근 급락했다. 글로벌 신흥국에 고루 투자하는 펀드들은 1주일 새 평균 2.05% 손실을 냈다. 브라질 펀드 손실이 6.18%로 가장 컸다. 신흥국 채권 투자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올초 신흥국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터키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리라화 급락 때문에 올 들어 환차손으로만 고점 대비 6.3%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당분간 투자심리 회복 어려워”
신흥국 지역에 투자한 국내 상장사 주가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CJ CGV 주가는 최근 1주일 동안 5.9% 떨어졌다. 이 회사는 터키 최대 극장 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4월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대금을 파생상품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조달한 탓에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면 CJ CGV가 차액을 투자자에게 보전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CJ CGV는 터키 사업에서 파생상품으로만 1771억원 손실을 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리라화 가치 급락이 지난해 8월과 같은 신흥국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지만 당분간 투자심리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와 달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졌고 달러 강세 폭도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리라화 급락이 지난해처럼 신흥국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올초 부각됐던 신흥국의 저평가 매력이 아직 유효한 만큼 장기 투자자라면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을 때마다 매수할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상장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0.9배로 평균인 11.9배 아래 수준”이라며 “높은 변동성에 주의하면서 브라질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받을 때마다 조금씩 매수하는 전략을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