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만 공유경제 외면…'21세기 쇄국정책' 아닌가

미국 2위 차량공유업체 리프트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희망공모가를 올렸다는 소식이다. 수요가 넘쳐나면서 주당 62~68달러에서 주당 72달러로 상향조정한 것이다. 리프트의 기업가치는 243억달러(약 27조원)로 현대자동차(약 25조원)를 넘어선다.

자동차를 생산하지도, 보유하지도 않고 단순히 모바일 앱으로 운전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플랫폼 기업 가치가 한국 제1의 자동차 생산 기업을 앞선 것이다. 그 주인공은 이 분야 1위 우버도 아닌 2위 리프트다. 게다가 상장을 앞둔 리프트는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런데도 투자자가 몰려드는 것은 차량공유 서비스가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미래형 플랫폼 비즈니스로 떠올라서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 기술로 대표되는 신(新)모빌리티 분야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하지만 한국의 차량공유 서비스는 이 같은 글로벌 흐름과는 담을 쌓은 채 ‘나홀로 길’을 걷고 있다. 정부 규제에 택시업계의 반발까지 겹쳐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2013년 한국에 진출한 우버는 택시업계 반발로 2015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추진 중인 부분적인 카풀 서비스조차 제대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을 허용키로 한 사회적 합의안에 대해서도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서비스조차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차량공유가 새로운 플랫폼으로까지 자리잡아 가고 있는 미국 등과의 비교는 고사하고 디디추싱, 그랩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가 있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참 뒤져 있다.

공유경제를 둘러싸고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세계 정세에 눈과 귀를 막았다가 세계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구한말의 쇄국정책과 다를 게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21세기 쇄국 정책을 언제까지 고집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