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트럼프의 트윗, 유가가 움찔했지만 급락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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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이 원유 공급을 늘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 세계 시장은 매우 취약하고 유가는 너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석유수출국 기구(OPEC)의 증산을 압박했습니다. 올들어 두 번째입니다.
이날 국제 유가는 움찔했지만 크게 내리진 않았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1센트(0.2%) 내린 59.30달러,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은 1센트 내린 67.8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향후 유가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에 미국 증권사 스티펠의 에너지 관련 브리핑에 참석했습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전합니다.▶유가는 지난해 4분기 약세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재고량이 지난 5년 평균치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이란 제재에 예외를 두면서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봤던 원유 100만배럴이 계속 공급된 여파가 컸다.
이에 따라 OPEC이 올 1월부터 6개월간 하루 12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하면서 공급이 줄었고 유가가 상승했다.
▶지금 원유 수요공급 상황을 살펴보자.공급 측면에서는 올 상반기 끝나는 OPEC의 6개월 감산이 유지되고 미국이 이란 원유에 줬던 금수조치 유예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건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달렸다. 베네주엘라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감산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미국의 셰일 증산도 완화되면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OPEC은 올해 하반기에도 감산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우디 등 산유국들이 미국 셰일업계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2014년처럼 시장 점유율을 추진하지 않는다. 셰일업계를 죽이기 위해 유가에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증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산유국들은 이제 셰일을 '필요악' 정도로 보고 있다.
▶미국 셰일 증산량이 작년보다 완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보면 지난해 연초 하루 900만배럴에서 연말 1000만배럴을 넘겼다. 지난해 셰일을 중심으로 하루 약 160만배럴 가량이 증산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좀 다를 것이다. 올해는 늘어봐야 증산량이 하루 110만배럴 정도될 것이고 2020년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이건 셰일 투자자들이 재정 건전성(financial Discipline)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셰일에 대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이제는 결실을 바라고 있다. 셰일 회사들은 좀 더 많은 현금 창출과 투자자 환원에 나서야할 시점이다. 지금처럼 땅부터 파고 보는 행태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수요 측면을 보면 수요는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결론적으로 우리는 올해 공급량이 몇십만배럴 정도 수요보다 적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유가는 약간 더 오를 수 있지만 대략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2021년 중장기적으로 배럴당 60~65달러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공급측면에서 좀 더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셰일 때문인데, 증산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텍사스 퍼미안 분지 지역은 셰일 증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퍼미안 지역 생산자들은 파이프라인이 없어 이를 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사중인 파이프라인들이 줄줄이 가동에 줄어간다. 수송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이다.
10억달러 가량이 투자된 캑터스2 파이브파인은 10월에 부분 가동, 내년 4월에 풀가동된다. 하루 67만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라인이다. 또 40만배럴 규모의 에픽, 90만배럴 규모의 그레이오크 파이프라인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파이프라인이 다 가동되면 하루 200만배럴을 더 실어나를 수 있다. 수송량이 50% 증가하는 것이다.
또 내년 완공되는 퍼미안 걸프코스트 파이프라인 등까지 감안하면 향후 2년간 퍼미안에서 380만배럴을 더 갖고 나올 수 있다. 이렇게되면 텍사스 인근에서 다 정제될 수 없기 때문에 수출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건 퍼미안 지역에서 거래되는 유가를 높일 요인으로 본다. 그동안 퍼미안에선 국제 유가보다 최대 배럴당 20달러까지 싸게 팔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 차이가 다시 1~2달러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쨌든 셰일은 꾸준히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다. 이 때문에 유가가 과거처럼 단기에 급격하게 움직이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셰일 생산에 피크가 올 것인가?
피크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보기엔 아직 멀었고 10년내 그런 일이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처럼 급증하지는 않겠지만 피크는 아직 멀었다. 이글포드에 있는 한 셰일 회사는 앞으로 10년간 그들의 생산량이 지금까지처럼 또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10대가 임신했다고 보면 되고, 이제 그런 시기는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급성장은 없겠지만 피크는 아니다.
현재 퍼미안 등에선 작년초처럼 그렇게 투자가 막들어가지는 않고 있지만 (지금 저유가 때문에) 여전히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IMO 2020 규제의 영향은 어떨까.
내년부터 선박 연료유를 싼 고유황유에서 저유황유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75%나 비싸다. 이 가격 차는 100%까지 벌어질 수 있다. 그렇게되면 선주들은 고유황유를 넣기보다 배에 스크러버를 설치해 오염물질 발생을 줄일 것이다.
이건 벙커C유 등 유종의 가격에 영향을 줄 사안이며 원유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석유수출국 기구(OPEC)의 증산을 압박했습니다. 올들어 두 번째입니다.
이날 국제 유가는 움찔했지만 크게 내리진 않았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1센트(0.2%) 내린 59.30달러,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은 1센트 내린 67.8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향후 유가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에 미국 증권사 스티펠의 에너지 관련 브리핑에 참석했습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전합니다.▶유가는 지난해 4분기 약세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재고량이 지난 5년 평균치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이란 제재에 예외를 두면서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봤던 원유 100만배럴이 계속 공급된 여파가 컸다.
이에 따라 OPEC이 올 1월부터 6개월간 하루 12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하면서 공급이 줄었고 유가가 상승했다.
▶지금 원유 수요공급 상황을 살펴보자.공급 측면에서는 올 상반기 끝나는 OPEC의 6개월 감산이 유지되고 미국이 이란 원유에 줬던 금수조치 유예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건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달렸다. 베네주엘라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감산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미국의 셰일 증산도 완화되면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OPEC은 올해 하반기에도 감산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우디 등 산유국들이 미국 셰일업계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2014년처럼 시장 점유율을 추진하지 않는다. 셰일업계를 죽이기 위해 유가에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증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산유국들은 이제 셰일을 '필요악' 정도로 보고 있다.
▶미국 셰일 증산량이 작년보다 완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보면 지난해 연초 하루 900만배럴에서 연말 1000만배럴을 넘겼다. 지난해 셰일을 중심으로 하루 약 160만배럴 가량이 증산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좀 다를 것이다. 올해는 늘어봐야 증산량이 하루 110만배럴 정도될 것이고 2020년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이건 셰일 투자자들이 재정 건전성(financial Discipline)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셰일에 대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이제는 결실을 바라고 있다. 셰일 회사들은 좀 더 많은 현금 창출과 투자자 환원에 나서야할 시점이다. 지금처럼 땅부터 파고 보는 행태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수요 측면을 보면 수요는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결론적으로 우리는 올해 공급량이 몇십만배럴 정도 수요보다 적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유가는 약간 더 오를 수 있지만 대략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2021년 중장기적으로 배럴당 60~65달러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공급측면에서 좀 더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셰일 때문인데, 증산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텍사스 퍼미안 분지 지역은 셰일 증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퍼미안 지역 생산자들은 파이프라인이 없어 이를 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사중인 파이프라인들이 줄줄이 가동에 줄어간다. 수송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이다.
10억달러 가량이 투자된 캑터스2 파이브파인은 10월에 부분 가동, 내년 4월에 풀가동된다. 하루 67만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라인이다. 또 40만배럴 규모의 에픽, 90만배럴 규모의 그레이오크 파이프라인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파이프라인이 다 가동되면 하루 200만배럴을 더 실어나를 수 있다. 수송량이 50% 증가하는 것이다.
또 내년 완공되는 퍼미안 걸프코스트 파이프라인 등까지 감안하면 향후 2년간 퍼미안에서 380만배럴을 더 갖고 나올 수 있다. 이렇게되면 텍사스 인근에서 다 정제될 수 없기 때문에 수출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건 퍼미안 지역에서 거래되는 유가를 높일 요인으로 본다. 그동안 퍼미안에선 국제 유가보다 최대 배럴당 20달러까지 싸게 팔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 차이가 다시 1~2달러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쨌든 셰일은 꾸준히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다. 이 때문에 유가가 과거처럼 단기에 급격하게 움직이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셰일 생산에 피크가 올 것인가?
피크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보기엔 아직 멀었고 10년내 그런 일이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처럼 급증하지는 않겠지만 피크는 아직 멀었다. 이글포드에 있는 한 셰일 회사는 앞으로 10년간 그들의 생산량이 지금까지처럼 또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10대가 임신했다고 보면 되고, 이제 그런 시기는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급성장은 없겠지만 피크는 아니다.
현재 퍼미안 등에선 작년초처럼 그렇게 투자가 막들어가지는 않고 있지만 (지금 저유가 때문에) 여전히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IMO 2020 규제의 영향은 어떨까.
내년부터 선박 연료유를 싼 고유황유에서 저유황유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75%나 비싸다. 이 가격 차는 100%까지 벌어질 수 있다. 그렇게되면 선주들은 고유황유를 넣기보다 배에 스크러버를 설치해 오염물질 발생을 줄일 것이다.
이건 벙커C유 등 유종의 가격에 영향을 줄 사안이며 원유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