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자산 부풀리고 부채는 숨기고…분식회계 정황"

트럼프타워 '10층' 높여 장부에 기록…담보대출 잡힌 빌딩 2개는 '증발'
"트럼프 브랜드 가치 40억 달러"…하원 감독개혁위, 10년치 재무제표 요구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에 수년간 분식회계를 저지른 의혹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 시절 수년 치 재무제표를 입수, 이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산을 과대평가하거나 부채를 누락하고 핵심 수치를 조작하는 등의 형태로 회계장부를 허위로 꾸민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출기관이나 사업 파트너, 언론인 등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공식적인 문서처럼 보이는 재무제표를 보냈다.

이 문서들은 트럼프의 재산과 부채, 수십억 달러의 순자산을 펼쳐놓은 숫자로 가득 차 있었다"며 "하지만 그 문서들은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전했다.큰 빚을 진 재산을 누락하거나 일부 자산은 과대 평가됐으며 몇몇 핵심적 수치들은 틀렸다는 것이다.

자산 부풀리기 사례를 보면 2011년 재무제표상 남부 캘리포니아의 트럼프 골프장에 55개의 주택 단지가 있고 이들은 300만 달러 이상에 팔릴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당시 36개 단지만이 실제로 판매 승인을 받았고 그때까지 판매된 건 5개 단지에 불과했다.결국 판매 가능한 물량은 55개가 아닌 31개 단지에 그쳤지만 부풀려졌다는 설명이다.

또 2012년 재무제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주에 소유한 포도밭이 2천에이커에 이르는 것으로 장부에 적혔지만, 실제 면적은 1천200에이커에 불과했다.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자리 잡은 트럼프타워는 58층짜리이지만 10층이 부풀려져 68층짜리 건물로 둔갑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건물이 더 크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층수를 다시 매겼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뻥튀기'와 정반대로 자산을 축소한 사례들도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와 시카고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빌딩 두 곳에는 담보대출이 붙어 있는데 2013년 재무제표에서는 이 빌딩들이 사라졌다.

이런 내용이 없다면 재무제표에서는 그가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누구에게 채무가 있는지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얻을 수 없다고 WP는 지적했다.

또 2013년 재무제표에는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자산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트럼프의 브랜드 가치(value), 본질적으로 그의 이름에 대한 가액이 매겨졌다.

트럼프의 브랜드 가치는 40억 달러의 가치가 있으며 건물이나 리조트처럼 자산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장부에 기재됐다.

브랜드 가치가 포함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순자산은 46억 달러에서 86억 달러로 뛰어올랐다.

이런 과정에서 회계사들은 재무제표의 수치를 제대로 확인하거나 감사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공한 자료를 받아 적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현재 의회와 뉴욕 검찰의 조사관들이 트럼프의 "재산 자랑 습관"이 사기에 이르는 선을 넘은 적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문서들을 챙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하원 감독개혁위원회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마자스(Mazars)에 10년 동안의 재무제표 등 회계문서를 요청했다.

또 이달 초 뉴욕주 금융감독청(DFS)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험료를 낮추고자 분식회계 서류를 냈는지 파악하기 위해 보험사 에이온(Aon)에서 보험 관련 기록을 확보했다.

이들 두 사안은 지난달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던 마이클 코언의 증언에서 비롯됐다고 WP는 설명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출을 위해 자산을 부풀리거나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자산을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부터 그의 재산으로 자신을 규정했지만, 종종 자랑을 뒷받침할 증거 제시를 피하거나 가치를 부풀린 문서를 제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미 카터 이후 모든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세금환급(기록) 공개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다만 WP는 보험사나 대부업체에 허위정보를 제공해 속이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이 있지만 "금융과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법적인 결과에 직면할지는 현시점에서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기관을 오도하려고 의도했는지, 허위 재무제표를 제출해 누군가 자신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도록 만들었는지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회계 정보와 관련, 2002년과 2004년, 2011∼2013년 회계문서를 검토했다.이는 코언과 법원 서류, 트럼프 회사에서 해당 문서를 넘겨받은 사람들로부터 입수됐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