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러리 호텔 6페이지에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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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E6
여행의 향기누구나 꿈꾸는 풍경이 있다. 키 큰 야자수 아래에서 에메랄드 바다를 바라보며 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모습이다. 조금은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책을 읽는다거나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바닷가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물장난하는 풍경.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그림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 태국 남부에 자리한 아름다운 섬, 코사무이(koh Samui)가 그곳이다. 어느 섬에서나 느낄 수 있는 낭만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코사무이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천혜의 자연과 편안한 숙소, 자유로움이 숨 쉬는 코사무이로 떠나보자.
구석구석 아시아 (4) 낭만이 넘실대는 태국 코사무이
파도, 활자, 그리고 풀문파티…힐링 아일랜드
자연스럽고 깨끗한 섬 코사무이코사무이의 ‘코’는 ‘섬’, ‘사무이’는 ‘깨끗하다’라는 의미로, 코사무이는 한마디로 ‘깨끗한 섬’이라는 뜻이다. 미세먼지로 걱정이 많은 요즘, 깨끗한 공기만큼 반가운 게 없다. 태국의 수많은 섬 중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방콕에서는 약 710㎞ 떨어져 있다.
코사무이의 하얀 해변과 산호초, 코코넛 나무는 상상했던 남국의 파라다이스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달콤한 열대과일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마음에 틈을 안겨준다. 찡그린 얼굴은 어디에도 없다. 사방에 싱그러운 미소가 넘실거린다. 유럽인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라 어디에 가든지 아시아 여행자보다는 유럽 여행자가 더 쉽게 눈에 띈다.푸껫이 화려하다면 코사무이는 자유롭다.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이 공기 속을 떠다닌다. 길거리 상점이나 레게 바, 펍을 돌아다니다 보면 뭔가 색다른 에너지가 스멀스멀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낮에는 아름다운 해변에서, 밤에는 열정적인 바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루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시간이 금방 흐르고 만다.
코사무이의 대표적인 해변은 섬 동쪽에 있는 차웽비치다. 반짝이는 하얀 모래가 수놓아진 백사장이 6㎞나 이어져 있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바다 색은 그야말로 에메랄드색이다. 바닷물은 맑고 투명하다. 수심도 그리 깊지 않아 아이들이 마음 놓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제트스키나 바나나보트 같은 신나는 해양 레포츠를 놓칠 수 없다.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면 코사무이 최대 번화가인 차웽비치 로드에 가면 된다. 차웽비치 로드는 바다를 따라 뻗어 있는 해변도로로 쇼핑몰과 슈퍼마켓, 레스토랑, 마사지가게, 여행사 등 여행자들이 구하는 대부분의 물건과 서비스가 준비돼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차웽비치 로드. 코사무이의 흥겨움을 맛보기 위해 필수 코스다.좀 더 아늑하고 조용한 해변을 찾는다면 보풋비치를 추천한다. 보풋비치는 아담한 어촌마을이 있는 운치 있는 해변으로, 편하게 쉬고 싶은 이에게 최고의 선택이다. 연인과 손을 맞잡고 한가롭게 걷기에도 좋고 혼자 멍하니 어슬렁거려도 좋다.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코사무이의 코코넛으로 만든 비누 가게, 향긋한 커피향이 나는 카페, 저렴한 맥주가게가 하나둘 나타난다.
항구로 나가면 물고기를 잡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소원을 적은 등을 날리는 이들도 나타난다. 해변가에 자리한 식당들은 하얀 모래밭에 레이스와 향초를 가지고 테이블을 꾸민다. 섬에서 특별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해변가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모기약을 챙겨야 한다는 점. 밤이 되면 모기가 더 몰려온다. 얇지만 긴 옷을 챙겨 입으면 도움이 된다.허니문 여행지로도 인기 높은 여행지
코사무이는 인기 허니문 여행지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신혼여행객의 관심이 높은 여행지다. 깨끗한 바다와 함께 멋진 숙소가 즐비하다. 허니무너를 대상으로 한 풀빌라 리조트를 비롯해 자연친화적으로 지은 호텔 등 다양하다. 수많은 호텔 중에서 더 라이브러리 호텔이 인상에 깊이 남았다.처음으로 코사무이로 여행을 떠난 이유도 ‘라이브러리’라는 호텔 이름에 끌렸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은 어떤 곳일지 호기심이 일었다. 한적한 시골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코사무이에서 가장 번화한 차웽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에너지 넘치는 차웽 거리를 즐기다 하드커버 책처럼 생긴 까만 벽을 지나면 마치 도서관에 들어가듯 아늑하고 고요한 공간이 나타난다.
물음표를 가득 안고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을 하는 로비에도 이름이 있었는데, ‘콘텐트(content)’였다. 호텔 스태프는 여권과 함께 연필이 달린 ‘페이지 키’를 건넸다. 방 번호도 페이지 번호였다. 묵었던 방은 6페이지. 호텔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라는 호텔 주인장의 의도였다. 이름만 도서관이 아니라 호텔 곳곳이 도서관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다.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호텔의 미덕은 도서관에 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책과 DVD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평소에 보기 힘든 디자인 서적, 태국 문화와 관련된 책,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페이퍼백 소설들이 책장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호텔에 묵는 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빌려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수영장과 해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책을 보고 있었다. 심지어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 안에 몸을 담근 채 책을 보는 이도 있었다. 야외도서관이라고나 할까. 호텔 투숙객들이 하나같이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은 ‘라이브러리’ 호텔다웠다.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책을 읽는 오브제도 눈길을 끌었다. 나무 데크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 나무에 기대서 읽는 모습, 귀엽게 그늘에서 졸면서 책을 읽는 모습, 해변에서 엎드려서 책을 읽는 모습까지 포즈도 다양했다.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오브제를 찾아다니며 함께 사진을 찍고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에 몸을 던졌다. 문득 진정한 휴양이란 이런 것 아닐까 싶어, 행복감이 잔잔하게 온 몸으로 퍼졌다.
코사무이 여행의 완성, 사랑스러운 코사무이 공항
숙소에서 책을 읽고 가끔 바다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섬을 즐기기 충분하지만 코사무이의 다른 여행지도 만나고 싶다면 주변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만 종의 나비를 볼 수 있는 나티안 나비정원과 15m 높이의 불상이 있는 빅 붓다 사원(왓 프라야이), 무이 원숭이 극장 등이 대표적인 볼거리다.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매달 음력 보름달 밤에 풀문 파티로 유명한 코팡안도 가보자.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에너지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또 다이빙을 좋아한다면 코따오를,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싶다면 40여 개의 섬이 모여 있는 앙통해양국립공원을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코사무이에서 챙겨봐야 할 곳은 코사무이 공항이다. 공항이 아니라 자그마한 테마파크처럼 생겼다. 야자수 잎으로 만들어진 아담한 지붕 아래, 고풍스러운 선풍기가 돌아가는 모습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대합실도 다른 공항과 다르다. 공항 대합실이라기보다는 호텔 로비와 비슷하다. 푹신한 패브릭 의자에 앉으면, 꿈 같은 코사무이 여행이 영화처럼 스쳐간다.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코끼리 열차에 오르는 순간, 다음 코사무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사진=채지형 여행작가 travelguru@naver.com
여행 메모
시차 :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한국이 오전 9시일 때, 태국은 오전 7시.
통화 : 바트(THB)를 사용한다. 1바트는 약 35.72원(2019년 3월 기준).
항공 : 한국에서 코사무이까지 직항은 없다. 방콕에서 경유해야 한다. 방콕까지는 타이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의 여러 항공이 운항하고 있다. 방콕에서 코사무이까지는 타이항공과 방콕에어를 이용한다. 소요 시간은 인천에서 방콕까지 약 5시간30분, 방콕에서 코사무이까지 약 1시간10분.날씨 : 1년 중 4~8월이 코사무이에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 연중 최고 기온은 35도, 최저 기온은 25도 정도.
교통 : 코사무이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은 미니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썽태우다. 썽태우 앞이나 옆에 영어로 노선이 적혀 있으니 확인 후 탄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오토바이 택시가 편하다. 노란 조끼를 입은 오토바이 기사들이 곳곳에서 영업하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흥정은 필수. 날씨가 덥거나 짐이 많을 경우에는 노란색 미터 택시를 이용한다. 미터 택시지만, 요금을 흥정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