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5월 광주 참상' 알린 美 목사 부인들에 편지

"진실 지우려는 사람 있어…후안무치한 거짓말에 대한 뜨거운 증언 감사"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참상을 세계에 알린 미국인 목사 2명의 부인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낸 것으로 31일 알려졌다.김 여사가 편지를 보낸 사람은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버라 피터슨 여사와, 광주 참상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 해외 언론에 기고한 고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다.

피터슨 여사와 헌틀리 여사는 1969년에서 1985년까지 남편과 함께 광주에 살면서 선교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편지에서 "그 해 두 분은 광주를 목격했고, 누구보다 더 광주의 참혹한 현실을 아파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끝까지 남아 광주 시민들과 함께했던 두 분 가족의 의로움을 잘 알고 있다"고 떠올렸다.김 여사는 "도로는 막히고 통신은 끊기고 신문과 방송은 가위질당하던 그때, 광주의 의로운 항거와 광주 시민들의 인간애를 전 세계에 알린 두 목사님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기억한다"며 "불의와 폭력 앞에서 분노하고 행동했던 두 분 가족의 용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두 여사가 앞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 논란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5·18 항쟁을 북한 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으로 묘사한 것은 명백한 허위"라고 지적한 것을 두고도 "후안무치한 거짓말에 대해, 두 분이 목격자로서 뜨거운 증언을 해 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 한강의 소설 『5월이 온다』에 나오는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여전히 장례식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역사의 진실을 지우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김 여사는 "불의에 항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광주의 영원한 증인이 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편지와 함께 홍삼 건강식품도 선물했고, 이는 지난 28일 주휴스턴 대한민국 총영사관 댈러스출장소를 통해 피터슨 여사에게 전달됐다.

피터슨 여사는 그 자리에서 서한을 낭독한 후 "저와 마사 헌틀리가 살아있는 한 진실은 왜곡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