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현지 핀테크 회사 인수해 동남아판 카카오뱅크로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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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개월 맞은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5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한동안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이방인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대구은행 출신이 아닌 첫 외부 출신 회장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기 때문에 ‘서울 TK’로 보는 눈길이 많았다.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지역을 대표하는 경북고를 졸업했지만 지역에서 금융인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터줏대감’들이 텃세를 부리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글로벌과 디지털 무기로 지역 금융그룹 한계 넘어설 것
캄보디아 DGB특수은행으로…소매금융 기반 강화
김 회장은 DGB금융의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지역의 작은 테두리 안에서 끼리끼리만 뭉치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DGB금융 임직원뿐 아니라 지역 경제인에게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다녔다. 그래야만 DGB금융의 미래가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무기는 글로벌 진출과 디지털 혁신이다. 이를 성공시켜 올해 52년 된 DGB금융을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놓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진심이 이제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 변화가 시작됐다고 그는 말했다. 김 회장을 지난 3월 21일 서울 을지로 DGB금융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위기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해 DGB금융의 실적이 좋아 보이는 것뿐입니다. 작년 대구은행의 이익은 전년보다 20% 줄었어요. 지역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것이 위기의 근원입니다. 대구시 경제성장률은 6대 광역시 가운데 최저 수준입니다. 올해에는 1%대 성장도 버거워 보입니다. 지역경제를 이끌어오던 주력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든 거죠. 자동차 부품산업은 수출과 내수가 동반부진한 ‘내우외환(內憂外患)’ 상황입니다.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은 생산기지 이전 탓에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입니까.
“지방금융그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겁니다. 이미 어려움을 겪는 지역 기업들에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고 있어요. 신사업 지역 발굴을 통해 창업클러스터 조성 및 청년 창업펀드, 벤처창업 펀드에도 참여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역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수도권을 포함한 글로벌 지역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국내 금융자산 가운데 65%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대구·경북은 8%에 불과해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남들이 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도권 공략에 나설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오프라인 지점보다 모바일을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모두 묶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오는 9월 ‘아이엠뱅크’라는 이름으로 선보일 새로운 플랫폼은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앞선 인터페이스를 장착할 겁니다. 수도권 확대 때 중점을 두는 부문은 중소기업 대출입니다. 기업영업을 위해 퇴직 은행원을 공개 모집한 뒤 2인 1조로 움직이는 모바일 영업지점 운영에 나설 겁니다.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해 금융상품을 설명하고 대출서류 작성도 도와주는 등 철저히 고객 맞춤형으로 움직이는 것이죠. 은행 시스템을 잘 몰라 문턱을 넘지 못했던 우량 중소기업에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퇴직 은행원들에게 능력을 살릴 일자리도 제공하고 은행도 성장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지점을 늘릴 계획이 있습니까.“디지털 시대에 지점 수 축소는 불가피합니다. 중요한 건 점포가 줄어도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모바일 뱅킹 교육에 나설 겁니다. 영업 구역이 겹치는 지점부터 조정할 생각입니다. 당장은 대구 시내에 중첩되는 점포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다만 대구은행 등 계열사가 지역에 한 곳만 있다면 폐쇄해선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경북의 어떤 지역에 대구은행 점포가 하나 딱 있다면 유지해야겠죠.”
▷금융그룹으로서 시너지를 내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증권사를 인수하면서 종합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가 꾸려졌습니다. 5월이면 서울 강남에서 첫 복합점포를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이마트 같은 금융양판점이 나오는 것이죠. 복합점포를 내놓지만 자산관리(WM) 부문의 성장을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일본 등에서는 WM 서비스에 대해 신탁계약처럼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수익을 올릴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금융회사들이 양질의 인력을 돈이 안 되는 시장에 밀어넣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진국처럼 법·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WM 부문의 생존은 어렵습니다.”
▷대통령 캄보디아 방문 때 DGB특수은행이 우수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역동성과 잠재력이 큰 시장입니다. DGB금융은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글로벌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금융업계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과 부실자산비율은 각각 1.6%, 2.2%인 데 비해 DGB특수은행의 이 비율은 각각 5.2%와 0.2%입니다. 캄보디아 DGB특수은행은 수신이 안 되는 은행인데 현지 금융당국과 협의해 상업은행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도 디지털에 기초해 진출할 겁니다. 이를 위해 현지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지인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동남아판 카카오뱅크’ 사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결제 사업 및 빅데이터 분석 등의 경험을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할 수 있을 겁니다. 현지에 진출한 은행들은 기업금융에 매달리고 있지만, DGB금융은 소매금융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다는 계획입니다. 기업금융은 매출 등을 빠르게 늘릴 수 있지만, 부실화하기도 쉽다는 판단입니다. 한번 망가지면 대규모 부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봅니다.”
▷금융의 본질적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회계적 성장에 집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은 제조업과 달라요. 성장보단 자금이 막힌 기업과 가계를 찾아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사회가 맡긴 은행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명목 경제성장률가량 성장하면 됩니다. CEO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주고 영업을 밀어붙이면 창구에선 부실한 자산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 전반이 안 좋은데 금융사만 돈을 버는 건 불가능합니다.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죠. 금융의 부실은 제조업체로 빠르게 전이됩니다. 금융위기가 오면 사회가 패닉에 빠지는 이유죠. 금융은 다지고 또 다져야 합니다. 최근 국내 금융그룹들이 제시한 목표를 더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을 크게 뛰어넘어요. 과열 경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금고 은행 선정과 관련해 호소문을 내셨는데요.
“지자체 금고를 선정할 때는 주민의 이용 편의성 등이 고려돼야 합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정도도 평가해야 하고요. 자본력을 앞세운 시중은행이 막대한 출연금을 앞세워 금고를 싹쓸이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의무비율 60% 등 시중은행에 비해 과도한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의무가 있다면 권리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은행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김태오 회장은…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DGB금융 최초의 외부 출신 회장이다. 그는 대구은행장도 겸하고 있다. 은행의 지역영업 및 리테일(소매금융) 업무를 총괄관리해본 경험뿐 아니라 지주사의 리스크, 인사, 전략, 홍보 등 경영관리 전반과 보험사 사장을 지낸 금융전문가다. 1999년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이 합병할 때 구자정 전 보람은행장의 비서실장으로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였다. 그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인정받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직접 경영수업을 받았다.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의 숙원사업이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지으며 성장을 이끌었다. 격식보다 실용을 강조하고 직원과의 소통에 능하다. 생명사 사장으로 근무할 때 의전차량으로 고급 승용차가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택했으며 이 차량을 직원들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일화로 유명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차남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신부로 활동하고 있다.
■약력△1954년 경북 칠곡 출생
△1974년 경북고 졸업
△1978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78년 외환은행 입행
△1992년 보람은행 입행
△1999년 보람은행장 비서실장
△2002년 하나은행 대구경북 지역본부장
△2008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9년 하나은행 영남사업본부 대표(부행장)
△2011년 하나은행 고객지원그룹 대표(부행장)
△2012년 하나HSBC생명 사장 △2018년~ DGB금융그룹 회장
△2019년~ 대구은행장 겸임
정리=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