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 집단장에 이사철 겹쳐…그림 판촉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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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북적이는 화랑업계경기 하강 국면으로 위축된 화랑업계가 봄 시즌을 맞아 모처럼 북적인다. 직장인과 주부, 기업인들이 집안과 사무실 분위기를 산뜻하게 꾸미는 계절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봄 이사철과 5월 가정의달 선물 수요가 겹치면서 거래가 한층 힘을 받고 있다. 화랑업계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다채로운 기획전을 마련해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뜨거운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거실·사무실 인테리어 수요
5월 가정의 달 선물도 겨냥
국내외 유명화가 잇따라 초대
주요 화랑은 근대화가 변관식과 이상범을 비롯해 변월룡, 김병기, 이건용, 김정수, 토비 지글러 등 국내외 작가 50여 명을 라인업해 작품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경기가 안 좋다곤 하지만 지난해 경매시장 규모가 2000억원대를 넘어선 데다 1000만원 미만 중저가 그림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올 들어 기업의 미술품 손비 처리 범위를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린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화랑업계 ‘봄철 특수’ 공략
상업화랑들은 예술성이 높고 투자 가치도 겸비한 작가들로 진용을 짜고 있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 현대는 전통 한국화를 봄철 특수의 키워드로 잡았다. 조선시대 회화 전통을 계승한 근대작가 이상범과 변관식의 대작 100여 점을 걸어 두 작가의 치열한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동시에 투자자에게 근대미술의 가치와 가능성을 부각할 방침이다.학고재갤러리는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溫故而知新)’는 정신을 화면에 녹여낸 한국화가 김호득과 ‘카레이스키(옛 소련 고려인)’ 미술인 변월룡의 그림으로 특수 공략에 나섰다. 특히 한민족 출신 변월룡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면서 판매와 연계할 계획이다. ‘인사동 터줏대감’ 노화랑은 김동유 윤병락 이세현 등 30~50대 작가 10명의 소품을 점당 200만원 균일가에 내걸어 집안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이는 애호가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선화랑은 ‘진달래 화가’ 김정수의 작품으로 기획전을 짰고, 아라리오갤러리(황규태), 313프로젝트(제여란), 이화익갤러리(정소연), 리안갤러리(이건용)도 인지도 있는 작가들을 끌어들여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망한 해외 작가 줄줄이 ‘러브콜’일부 화랑은 지명도가 높은 해외 작가의 국내 작품 판권을 확보하고 전시회를 잇따라 기획했다. 국제갤러리는 덴마크 출신 마이클 엘름그린과 노르웨이 작가 잉가 드라그셋의 소품 20여 점을 내놨다.
PKM갤러리도 영국 작가 토비 지글러 개인전을 열어 르네상스 시대 전후의 역사적 예술품을 형상화한 근작을 소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여숙화랑은 1983년 프랑스로 이주한 미국인 사진작가 로버트 폴리도리의 국내 첫 개인전을 열고 30여 년간 베르사유 궁전을 카메라 렌즈로 잡아낸 작업 700점 중 일부를 걸었다. 공근혜갤러리는 마이클 케나의 사진 52 점을 내놓고, 아라리오 라이즈호텔(코헤이 나와), 학고재청담(토마스 샤이비츠) 등은 해외 작가를 직접 초대해 마케팅을 펼친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화랑들도 외국 작가 작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페이스갤러리는 오는 5월 25일까지 프랑스 작가 나탈리 뒤 파스키에의 작품을 소개하고, 리만머핀갤러리는 남아공 출신 작가 니콜라스 슬로보의 작품을 걸어 ‘강남 아줌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미술시장 전문가들은 화랑업계의 봄철 미술품 판매 경쟁에 대해 컬렉터들이 집안과 사무실을 새롭게 단장하고, 향후 투자 가치가 높고 환금성이 뛰어난 유망 작가 작품에 눈을 돌리는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봄 시즌에는 집안과 사무실에 걸린 그림을 떼고 새 그림을 거는 이른바 ‘벽갈이’ 현상이 예상된다”며 “바닥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애호가 유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