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소중함 일깨운 15세 슈퍼영웅

할리우드 영화 '샤잠!' 3일 개봉
15세 소년 빌리가 “샤잠”이라고 외치면 20대 중반의 건장한 슈퍼 히어로(제커리 리바이 분)로 변신한다. 샤잠의 초능력은 슈퍼맨급이다. 초능력은 상상하는 대로 확장된다. 그러나 샤잠은 세상을 구하는 일보다 신나게 노는 데 관심이 많다. 자신의 괴력에 놀라워하고, 즐거워한다.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자랑질’도 한다. 일반인이 보는 앞에서 힘자랑을 하고, 기념사진 모델이 돼 주는 대가로 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아저씨 악당이 나타났을 때는 겁에 질려 달아나기 바쁘다. 샤잠의 정신연령은 소년에 머물러 있다. 건장한 슈퍼 히어로가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는 관객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오는 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샤잠!’(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은 강력한 액션과 유머를 융합한 슈퍼 히어로물이다. 명랑하고 유쾌한, 최연소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주인공은 그간 ‘슈퍼 히어로는 진지한 영웅’이란 통념을 깬다. 디즈니 마블에 대항하는 워너브러더스의 DC코믹스가 원작이다.어릴 때 거리에서 어머니와 헤어져 미아가 된 빌리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마법의 영웅 샤잠의 후계자로 낙점된다. 빌리가 순수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덕분이다. 그러나 그의 순수함이란 티없이 맑고 순진한 아이라는 통념과는 거리가 있다. 고아처럼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빌리는 오히려 냉소적이다. 세파에 시달리면서 남의 말을 믿지 않게 됐고, 속내를 감추는 데도 익숙하다. 경찰을 골탕 먹이고, 학교 수업도 자주 빼먹는 문제아(?)다. 친엄마를 찾는 목표 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샤잠으로 변해 맹활약하는 이야기에는 과학적인 모티프가 전혀 없다. 오로지 마법의 판타지만 있을 뿐이다. 샤잠은 모든 어린이가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어하는 열망을 구현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샤잠은 의지가 강해질수록 외적인 파워도 강력해진다. 아이처럼 겁을 낼 때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샤잠은 어린이의 본질을 어리석음보다는 작은 것에 신나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정적인 존재로 그려낸다. 열정이 너무 뜨거워 때로는 주변 사람에게 화상을 입힐 수도 있지만 선한 마음과 의지는 굳건하다.

샤잠은 ‘영웅놀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외톨이 신세에서 다른 친구들과 교감하면서 한뼘쯤 성장한다. 가족의 진정한 의미도 알게 된다. 가족이란 단순히 핏줄로 이어진 혈연 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정으로 뭉친 공동체라는 것이다. 극중 샤잠이 위탁가정의 아이들과 교감해 진정한 가족이 됐을 때 파워도 배가되는 장면들에 주제가 함축돼 있다.영화는 악에 대해서도 성찰한다. 악당 시바나 박사(마크 스트롱 분)를 움직이는 일곱 괴물은 질투와 탐욕 등 우리들이 지닌 나쁜 마음을 형상화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