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갈등 조짐 속 '미세먼지 협력' 합의…주목받는 이낙연 총리 '실속 외교'

韓·中 기업인 오찬 깜짝 참석
대선출마 질문엔 "황홀한 덫…"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굉장히 세세한 제안을 여러 개 드렸는데, 그에 대한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28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사진)는 리 총리와의 회담을 이같이 평가했다. 한·중 총리가 3년 만에 만나는 이번 회담은 이 총리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쓴 순방 일정이었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여파가 남아있는 데다 미세먼지 문제가 외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우려와 달리 양국 총리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한·중 협력 강화를 다짐하고 재회를 약속했다. 이 총리는 “리 총리의 공식 말씀은 행정조직을 통해 바로 하달되는 것으로 안다. (회담에서의) 말씀이 양국 환경부 장관의 합의보다는 힘을 갖고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국정 2인자’인 이 총리는 역대 총리 중 가장 활발한 정상외교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을 분담하는 ‘투톱 정상외교’를 공식화하면서다. 국내 정치사에서 총리의 외교 행보는 드문 일이다. 이번 방문은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무려 아홉 번째였다. 이번에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했다.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 덕분이다.

이 총리는 정상급 인사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실속 외교’ 행보를 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는 지난 28일 보아오 포럼 개막식 이후 열린 한·중 기업인 오찬에 깜짝 참석해 기업인들을 격려했다.한편 이 총리는 28일 중국 한 식당에서 연 동행 기자단과의 만찬간담회에서 거취와 관련해 “앞날에 대해 그다지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역할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역할 줄 분들이 생각하지도 않는데 ‘역할 준다면 기꺼이…’ 이런 소리를 하면 실없는 사람이 되지 않느냐”며 “가봐야겠죠”라고 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는 그는 ‘만약 국민과 당의 뜻이 모아진다면 (대선 출마를)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황홀한 덫이긴 한데…”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