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카타르 ABCP 없나요?"…국내 기관들 투자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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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F 대량 환매 8개월 만에▶마켓인사이트 4월 1일 오전 5시35분
발행 금리 1년 만기 2.4%
판매 중개수수료 수익도 '쏠쏠'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카타르 국립은행(QNB)의 정기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투자를 재개했다. 지난해 8월 터키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카타르 ABCP를 담은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대량 환매 사태가 일어난 지 8개월여 만이다.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국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QNB의 달러화 정기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5000억원 규모의 ABCP 발행에 성공했다. 만기 1년에 이자율은 2.46% 수준이다. 이 ABCP는 국내 기관투자가와 MMF에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ABCP를 추가로 더 발행하기 위한 예금 인수를 문의했지만 QNB는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요구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재무부가 3월 초 12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면서 카타르 외환 사정에 숨통이 트였다. 이 때문에 QNB로서는 높은 금리로 급하게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줄어들었다.국내 금융사들이 카타르 ABCP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금리 조건 때문이다. 국내 정기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ABCP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1%대 후반에 불과하지만 QNB ABCP는 1년 만기 2.4%가량 된다. 발행을 주관하고 판매를 중개한 금융사들이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수익도 쏠쏠하다.
카타르 ABCP 투자 재개로 대규모 MMF 환매 사태는 비합리적인 ‘패닉 셀(panic sell)’로 판명나게 됐다. 지난해 대량 환매는 우정사업본부가 한 번에 카타르 ABCP 1조5000억원어치를 팔겠다고 나서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공모펀드 운용 규제를 피해 가는 ABCP 투자 행태를 비판하면서 사태가 더 커졌다.
하지만 당시에도 증권업계에선 △이자를 갚지 않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중동 국가의 금융 관행 △QNB의 신용도와 주주 구성 △예금 성격인 기초자산의 안전성 등으로 볼 때 카타르 ABCP의 디폴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QNB의 최대주주는 중동의 간판 국부펀드인 카타르 투자청(QIA)이다. 당시 한국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방한한 QNB의 최고재무책임(CFO)은 “한국에서 카타르 리스크가 왜 부각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훈/나수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