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호크니 '더 큰 첨벙'
입력
수정
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세계 화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생존 작가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호크니(82)는 자전적인 독특한 이야기들을 마치 일기를 쓰듯 팝아트 형식으로 풀어낸 작가로 유명하다. 영국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하고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간 그는 샌타모니카 인근에 거주하며 도시의 뜨거운 햇빛과 유리, 수영장 등을 표현하는 데 몰두했다. 집마다 갖춰진 수영장 위로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광경에 매료돼 이를 모티브로 한 ‘수영장’ 시리즈를 발표해 큰 명성을 얻었다.
1967년 완성한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도 샌타모니카 인근 대저택에 딸린 풀장을 마치 스냅 사진처럼 포착한 수영장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에서 강의하던 시절,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작업한 2m 크기의 대작이다.호크니는 수영장을 그리면서도 미술 장르와 기법, 사물을 포착하는 방식에 깊이 파고들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햇빛을 여과 없이 잡아내기 위해 광택이 풍부한 아크릴 물감을 활용했고, 공들여 그린 물거품은 추상표현주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연성에 대한 탐구로 여겨진다. 또 수영장 뒤쪽 배경의 낮은 건물은 미니멀리즘 미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격자 형태를 은유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