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 "유로존에 상당한 경기부양책 유지가 필수"

연례 보고서 전망…지정학·보호무역·신흥국 불확실성 거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당분간 상당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드라기 총재는 1일(현지시간) 2018년을 총괄하는 ECB 연례 보고서를 발간하며 전망 부문에서 이처럼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다가오는 해로 눈을 돌리면, 중기적으로 내부 물가상승 압력을 확실히 구축하기 위해 경기를 부양할 상당한 통화정책이 지속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요인, 보호무역의 위협, 신흥시장의 취약성과 관계된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는 점을 고려해 유로존의 통화정책 시행은 계속 인내, 신중, 끈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현재 유로존은 경제성장 둔화 속에 작년에 선언한 긴축기조를 뒤집고 추가 악재가 될 수 있는 지정학적 변수들을 주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일단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탈퇴해 혼선을 야기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의 반대에도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은 이란과 그 교역국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어 불안을 자아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로존 경제를 주도하는 독일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자동차 고율 관세를 추진하며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을 견지하고 있기도 하다.

EU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대응하는 보복관세를 준비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대서양 무역전쟁'의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도 이날 유럽의회에 출석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준비 태세를 강조했다.귄도스 부총재는 "글로벌, 유로존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시점"이라며 "리스크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노딜 브렉시트 때문에 유로존 경기가 둔화하다가 하강기로 전환할 때 하강이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B는 매년 주로 4월에 유럽중앙은행제도(ESCB)의 임무, 활동, 통화정책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발간해 유럽의회에 제출한다.

작년 상황을 총정리한 이번 보고서에서도 유로존의 경제활동 지표, 정책 주안점, 금융 부문의 상태 등이 담겼다.그러나 ECB가 은행들의 유동성을 높여주기 위해 추진하기로 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인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마이너스 금리 지속에 따른 은행들의 수익성 약화를 방지할 방안 등 현안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