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마르는 3~7년차…알바 뛰고 과제 받아 겨우 넘는 '데스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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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ABC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은 3~7년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위한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시기를 ‘3~7년차’로 본 것이다.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금은 다 떨어졌지만 시리즈A(시제품 개발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 직전까지의 기간에 받는 투자)엔 이르지 못한 시기를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사진)’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사이에 있는 국립공원 이름에서 유래했다. 평균기온이 높아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으로 악명 높다.스타트업은 3~7년차 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외주 프로젝트와 정부 연구 과제를 수주해 자금을 융통하는 것은 기본. 대표가 직접 ‘알바’를 뛰기도 한다. 생활용품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 A씨는 “데스밸리를 맞은 스타트업 창업 멤버는 예외 없이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며 “우리도 낮에는 회사를 경영하고 밤에는 학원 강사를 뛰면서 가까스로 버텼다”고 말했다.
데스밸리의 고달픔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통계로 본 창업생태계 제2라운드’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투자 생태계 미비, 판로 개척의 어려움 등으로 창업 기업의 62%(2013년 기준)가 3년을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3년을 넘긴 생존 기업 비율은 38%였다. 스웨덴(75%), 영국(59%), 미국(58%), 프랑스(54%), 독일(52%) 등에 크게 뒤진다. 조사 대상 26개국 중 거의 꼴찌인 25위 수준이다.
자율주행차, 로봇 등 장기 투자가 필요한 기술 스타트업은 데스밸리를 넘는 게 더 힘들다. 정부 모태펀드가 출자한 벤처캐피털(VC) 펀드의 존속 기간이 7년으로 정해져 있어서다.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기술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여건이다.최근엔 연대보증 폐지 등으로 정책 금융을 활용하기가 다소 수월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중기부는 신규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 폐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기존 대출 건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