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군대를 교정시설로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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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군의 휴대폰 전면 확대는 상상하기 어려운 많은 변화를 낳을 것이다. 입영 풍속부터 바뀔 게 분명하다. 이제 훈련 후 내무반으로 돌아오면 언제든 부모, 친구와 통화할 수 있다. 입소와 동시에 사회와 단절되는 곳은 교도소와 군대뿐이라던 말은 사라지는 셈이다.
휴대폰은 군과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육군은 ‘청년드림, 육군드림’이란 모토 아래 군 내무반을 취·창업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 구상에 힘쓰고 있다.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 소지자가 전 장병의 4분의 3이 넘는 여건을 감안한 조치다. 복학을 준비하는 말년 병장이나 대학 입시에 재도전하려는 이등병이 느려터진 군 PC 앞에서 끙끙댈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군 역사상 전례 없는 자율 실험의 시작임에도 군조차 홍보에 소극적이다. 한 육군 관계자는 “병사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면 군 보안에 큰 구멍이 뚫릴 것처럼 난리를 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병사들의 보안 취급 권한이 국가 안위를 위협할 정도로 컸던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간 치도곤을 당할 수 있으니 조용히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한국뿐이다. 전시체제라는 특수성이 없다면 선진국과 징병제의 공유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생의 꽃다운 순간을 군에 바쳐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수는 징병제를 흔드는 큰 축이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은 징병제를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축복’이라고까지 얘기한다. 그들은 한창 ‘머리가 잘 돌아가는’ 청년들을 군 울타리에 모아놓고, 이들을 창업 전사로 양성한다. “자네는 어느 부대에서 공부했나.”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날이 찾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