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깨지기 쉽다"…라가르드 총재 또 경고

美 상공회의소 연설서 밝혀

"올해 70% 경기하강 경험할 것"
IMF, 세계 성장률 하향 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2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경제의 70%가 경기 하강을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지금 세계 경제는 깨지기 쉬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를 날씨에 빗대 “1년 전엔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6개월 전에는 수평선에 구름이 끼었지만, 지금은 날씨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라가르드 총재는 다만 “가까운 시기에 경기 침체가 온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경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정도는 아니고 일시적으로 개선될 여지도 있지만 추세상으론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다음주 IMF가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IMF는 올해 1월 전망 땐 세계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3.5% 정도 성장할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지금은 경기 모멘텀이 더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엔 세계 경제의 75%가 경기 호전을 경험했지만 올해는 세계 경제의 70%가 경기 하강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IMF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라가르드 총재는 경기 둔화의 핵심 요인으로 무역전쟁과 주요국의 금융긴축을 꼽았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과도한 부채, 금융시장 불안 등도 세계 경기의 하방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다만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를 늦추고, 중국이 경기부양에 나선 점은 세계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경제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구조개혁이다. 그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생산성과 장기 성장을 진작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현명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둘째, 세계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무역장벽은 답이 아니다”며 “미국과 중국 간에 거래되는 모든 상품에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0.6%, 중국의 연간 GDP는 최대 1.5%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도 “국가보조금과 지식재산권,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전쟁을 시작한 미국과 함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일삼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후변화와 부패 문제도 ‘세계적 도전’ 과제로 꼽았다. 뇌물로 인해 초래되는 경제적 손실만 연간 1조5000억달러, 세계 GDP의 약 2%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