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마저 "대체투자 강화"

수수료 인하 경쟁에 실적 쇼크
대규모 조직개편 전격 단행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이 부동산,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 사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주력인 주식·채권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증가세가 둔화되고 극심한 수수료 경쟁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블랙록은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상품 및 부동산 투자 등 4개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를 통해 ‘대체투자 사업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블랙록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핑크 회장은 “시장과 자산운용업계가 변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적인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운용 자산 규모는 지난 10년간 증시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면서 작년 말 기준 6조달러(약 6800조원)까지 불어났다. 주식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알고리즘 기반 펀드 등을 앞세워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피델리티, 뱅가드 등이 수수료 무료 펀드를 내놓는 등 수수료 경쟁이 격화되면서 굴려야 하는 자산만 많고, 돈은 전처럼 많이 벌지 못해 압박을 받아왔다. 작년 4분기 이익 규모(9억2700만달러)는 전년 동기(23억1000만달러) 대비 60% 감소했고, 운용자산 규모도 1년 새 5% 쪼그라들었다. ETF의 선두주자로 승승장구해온 블랙록은 지난 1월 직원 500명 정리해고를 발표해 월스트리트에 충격을 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까지도 수익성 압박 등을 느끼고 구조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