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김윤석 "갑자기 웬 연출이냐고요? 30년 전부터 꿈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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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성년' 연출자 겸 대원 역을 연기한 김윤석배우가 아닌 감독 김윤석을 만났다.
첫 연출작 영화 '미성년' 시사회를 마친 김윤석 감독은 "평가에 휩쓸릴까 봐 아직 '미성년'에 대한 리뷰나 관련 기사들도 보지 않았다"면서 "개성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성년'은 부모의 불륜을 여고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지만, 사는 곳도, 출신 중학교도 달랐던 두 학생이 부모의 불륜으로 얽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윤석 감독은 2014년 겨울, 비공개로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젊은 연극인들의 옴니버스 공연을 보고 '미성년'을 처음 기획하게 됐다. 김윤석은 '미성년'에서 각본과 연출, 배우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투자를 받기 전까지 이보람 작가와 시나리오를 집필했고,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갔을 땐 신인 배우 김혜준, 박세진도 오디션을 통해 발굴했다. 촬영장에 오기 전 직접 콘티를 짜고, 현장에선 스태프를 이끌고, 동시에 극의 캐릭터 중 하나인 대원으로 연기까지 해냈다.
첫 작품을 내놓기 직전, 김윤석 감독은 "배우 때보다 부담감이 10배는 더 큰 것 같다"며 "신인배우들이 긴장해 답변을 제대로 못했던 것도 신경쓰이고, 감독이 되니 이런 마음이 드나보다"고 고백하며 웃음 지었다. '미성년'을 준비하면서도 김윤석 감독은 연기를 쉬지 않았다. '검은사제'부터 '극비수사', '1987', '남한산성' 등은 모두 '미성년' 작업과 병행했던 영화들이다.
영화계에선 두말할 필요가 없는 김윤석이지만, 그가 부산에서 연극을 시작했을 땐 연출도 함께했다. 1987년 동의대 극회에서 연출가로 먼저 데뷔했고,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통해 연기자로 도전장을 냈고, '지젤', '지하철1호선' 등에서 활약하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김윤석은 "제가 연극을 했을 땐, 특히 지방에서 연극을 하려면 다 해야 했다"며 "배우, 연출, 조명 뿐 아니라 포스터도 붙이고 매표소에서 수금까지 했다"고 지난 세월을 돌이켰다. 그러면서 "영화로 기반을 옮겼어도 연출에 대한 꿈은 계속 이어져 왔다"며 "구체적으로 윤곽이 있는 계획까지 세우진 않았지만, 계속 조용히 제 나름대로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격자', '황해'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하정우가 '롤러코스터', '허삼관' 등을 연출한 것에 대해서도 "원래 제가 먼저 하고, 정우가 뒤따라 한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제가 이제야 나오게 됐다"며 "어떤 분들은 '너무 늦은 게 아니냐'고도 하시는데, 전 여러모로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싶다"면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미성년'이 공개됐을 당시 호평이 쏟아진 부분은 탄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김윤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었다. "김윤석의 섬세한 매력을 찾았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윤석 감독은 "'모르셨어요?' 할 수도 없고"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저를 아는 사람들은 '미성년'이 김윤석답다고 한다"며 "물론 잘 모르시는 분들은 '미성년'이 스릴러냐고 묻기도 하신다"고 농을 쳐 웃음을 자아냈다. 5년 간의 작업 기간 동안 김윤석은 보통의 다른 감독들처럼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투자 때문에 좌절도 했다. "조금만 더 예산이 있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는 모습에서 연출가로서의 다정다감함도 엿볼 수 있었다.
김윤석은 "후배 배우 염정아, 김소진의 강렬하고 집중력 높은 연기에 스스로 반성했다"면서 극찬하는가 하면, 신인 김혜준, 박세진에게도 "편집을 하면서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면 저 둘이 관심을 받겠구나' 확신했다"고 자신감을 복돋아줬다.
또 자신이 직접 대원 역할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른 배우에게 시킬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윤석이 연기한 대원은 폭풍같은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 무책임하고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전작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다른 김윤석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윤석은 "대원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익명성을 띠길 바랐다"며 "그래서 클로즈업도 거의 없고, 옆모습, 뒷모습 위주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우를 데려다가 이런 식으로 찍는 건 실례가 아니냐"며 "그래서 제가 직접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5년을 조용히, 하지만 꾸준하게 쏟아부은 '미성년'이 오는 11일 개봉한 후 김윤석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 언제 나올지 기약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윤석 감독은 "다른 감독들이 보통 3년 정도 걸린다고 했을 때 '2년 만에 하라'고 했는데, 전 더 걸렸다"며 "일단 마음에 드는 소재를 찾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면서 차기작에 대한 언급을 미뤄뒀다. 그러면서도 "배우와 감독, 두 작업 모두 너무 매력적이다"며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는 질문처럼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연출자로서의 꿈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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