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名家'로 떠오르는 SK바이오사이언스

독감 이어 '대상포진 백신'도 출시 1년 만에 선두권 약진

스카이조스터 작년 매출 350억
단숨에 국내시장 점유율 34%
주춤하던 백신사업 실적 견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안동공장에서 백신 제조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이 출시 1년 만에 1위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고 자궁경부암 등 백신 제품도 줄줄이 개발하고 있어 성장세가 주목된다.

“1~2년 내 점유율 50% 목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로 지난해 약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분사 이전 매출을 합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이 100% 지분을 보유한 백신 사업 전문회사다. 지난해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이조스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34.4%였다. 스카이조스터가 출시된 건 2017년 12월이다. 다국적 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가 독점해온 이 시장에서 출시 첫해에 점유율을 3분의 1로 끌어올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카이조스터 판매 호조로 SK의 백신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SK는 백신 매출이 2016년 1480억원이었으나 2017년 1196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MSD의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판권 계약이 종료된 탓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백신 매출이 1399억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국내 백신 1위 GC녹십자의 백신 매출(2933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동남아 거쳐 서구권 진출 계획

업계에서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으면서도 판로를 다각도로 구축한 게 성공 비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카이조스터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조스타박스에 대한 비열등성(약효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을 입증하면서도 가격은 10% 정도 저렴하게 책정했다. JW신약, 대웅제약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JW신약은 피부과 비뇨기과 성형외과에서, 대웅제약은 내과 등에서 스카이조스터의 영업과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사진)는 “경쟁 제품에는 없는 백스톱(주사기 손잡이에 달린 미끄럼 방지 장치)과 루어락(주사기와 주삿바늘 분리를 막는 장치)을 달아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인 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1~2년 안에 국내 시장 점유율을 절반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비교적 장벽이 낮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먼저 개척해 임상데이터를 보강한 뒤 미국 유럽 등지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동남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세계보건기구(WHO)가 맺은 ‘백신분야 업무 협력 및 보안 약정’ 덕분에 국내 임상 데이터만으로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태국 등지에서 이미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차세대 백신 개발에 주력하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제품군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다. 독감 백신 시장에서는 유정란이 아닌 세포배양 방식의 제품으로 GC녹십자, 다국적제약사 GSK 등과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를 내놨다. 수두백신은 국가 무료접종 항목이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수두백신은 GC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백신이 판매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소아장염, 자궁경부암, 장티푸스, 폐렴구균 등의 백신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백신 시장에서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고 더 진보된 차세대 백신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