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다 된 아파트도 오른다"…구리 아파트값 상승의 비밀

경기 구리시, 수도권서 9·13이후 가장 많이 올라
정주 수요 많은 반면 아파트 노후화
조정대상지역, 1년에 한번 꼴 분양
경기 구리시 교문사거리 일대의 아파트와 모델하우스들. (사진 김하나 기자)
경기도 구리시의 아파트 값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9·13대책 이후 서울·수도권 집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구리시의 아파트값은 오히려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4일 한국감정원의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구리시는 지난해 9월 이후 경기도 내에서 매매가 지수 상승률이 1위를 나타냈다. 구리시의 매매가격 지수는 작년 9월10일 기준으로 106.2였다. 이후 꾸준한 상승흐름을 보여 지난 3월18일 기준으로는 111.5를 기록했다. 6개월만에 5.3p가 상승했다.이는 경기도내 상위 상승 지역과도 차이가 난다. 두 번째로 지수 상승세가 높았던 지역은 부천시(2p)였다. 용인시(1.9p), 김포시(1.1p), 수원시(1p) 등이 뒤를 이었다.

구리시는 실거래가에서도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가격 지지선이 높이고 있다. 부동산114데이터에 따르면 구리시의 공급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는 2017년에 4억1021만원이었다. 그해 가격 지지선은 3억2000만원 선이었다. 그러다나 지난해에는 평균 실거래가가 4억4140만원으로 올랐다. 가격 지지선 또한 눈높이를 올려 3억6000만원대에 진입했다.
경기도의 주택 매매가격 지수 추이(자료 한국감정원)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리시의 집값 상승세의 요인으로 '공급 부족'을 꼽고 있다. 주택은 노후가 되고 있는데 비해 공급이 부진하다는 얘기다. 아파트가 몰려 있는 토평지구는 조성된지 20년 정도가 됐다. 경의중앙선 구리역을 중심으로 한 시내지역은 재건축·재개발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 공급이 나올 곳이 마땅치 않은 상태다. 구리시는 지난해 8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신규 분양된 아파트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분양마케팅사인 CLK 곽형욱 부장은 "구리시는 서울과 가깝고 교육·생활환경이 좋은 편이어서 수도권에서 선호하는 주거지역"이라며 "그럼에도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기존의 주택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리시는 비평준화 지역으로 명문학군에 대한 수요가 뚜렷한 편이다. 여기에 토평동 수택동 일대를 중심으로 아파트와 인프라, 공원 등이 신도시 만큼이나 잘 조성됐다. 이른바 구리의 강남으로 불리는 곳이다. 정주여건이 좋은 편이다보니 중대형의 거래가가 더 높게 형성됐다. 최근에는 3.3㎡당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수택동 금호베스트빌2(498가구)의 전용 106㎡는 작년말 8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최근에는 9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전세가도 오름세여서 지난해 4억 중반이었던 가격은 5억원대로 뛰어올랐다. 방이 5개로 구성된 162㎡의 경우 12억원까지 매물이 나왔다.중소형으로 구성된 단지들 역시 3.3㎡당 매매가가 1900만원을 넘어섰다.2001년 준공된 교문동 신명아파트(434가구)와 토평동e편한세상(678가구), 토평동 한일유앤아이(526가구) 등이다. 전용 84㎡의 거래가가 6억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신명아파트(전용 84㎡)는 지난 1월 7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면서 지역 내 최고가를 찍었다.
신규 분양하는 '한양수자인 구리역'의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전용 59㎡ 내부. (사진 김하나 기자)
그럼에도 구리에서 새 아파트를 찾기는 쉽지 않다. 새로 조성된 갈매지구를 제외하면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서만 공급되고 있다. 2017년 7월 공급된 'e편한세상 구리수택'과 2018년 4월 분양됐던 'e편한세상 인창어반포레'(632가구) 등이 이런 경우다.

2020년 준공 예정인 e편한세상 인창어반포레의 분양권에는 웃돈(프리미엄)이 수천만원 붙었다. 지난달 국토부에 신고된 전용 84㎡의 분양권은 5억5000만~5억7000만원대다. 올해들어 거래된 분양권만도 27건에 달한다. 매달 10건 정도 가량이 꾸준히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신규 분양을 앞둔 아파트도 시세에 맞먹는 가격에 공급된다. 5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하는 '한양수자인 구리역'은 410가구이며 162가구가 일반 공급된다. 전용 59㎡의 분양가는 4억6000만~4억8000만원대다. 전용 84㎡의 경우 A형과 B형 모두 평균 5억9900만원으로 책정됐다.

강항규 한양 분양소장은 "재건축을 추진한지 14년만에 공급을 하게 됐다"며 "구리역 초역세권 단지이자 중심 생활권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양수자인 구리역의 특별공급은 오는 10일 예정됐으며, 11일에는 1순위 당해지역 청약을 받는다.

구리(경기)=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