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공한 스타트업들, 최소 세 번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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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네이션한국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벤처 창업 관련 사업은 42개나 된다. 대기업, 대학, 펀드 등 민간 분야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더하면 창업 초기에 필요한 자원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에서 한국의 창업 경쟁력은 9위에 올라 있다. 아이디어와 이것을 잘 포장할 사업계획서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손영택 지음 / 한국경제신문
292쪽 / 1만6000원
그렇다면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지적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위기는 무엇일까?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이자 변호사인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공간정보기술연구원장은 《스타트업 네이션》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 스타트업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창업 초기 단계에 몰려 있을 뿐이고 1000억원대 매출의 중견기업과 10억달러 가치의 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은 미비하다는 것이다.그는 이 책에서 스타트업 CEO 7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건을 모색한다. 개인화 추천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이블의 이채현 대표는 창업 3년 만에 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한 뒤 삼성, NHN, 카카오 등 5곳으로부터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 대표는 “해외 진출도 스타트업처럼 하라”고 충고한다. 어느 국가에서 잘될지 모르니 국가별로 현지 인력을 한 명씩 채용해 시장을 툭툭 건드려보고, 반응이 오는 국가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기업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는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성공시킨 뒤 한국에 와서 스타트업 창업과 육성을 동시에 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에서 300억원을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대부분 게임이나 포털로 가는 현실을 지적했다. 4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엔터프라이즈 정보기술(IT) 시장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엔터프라이즈 IT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운영과 관련한 모든 기술을 말한다. 그는 “세계 197개국 정부가 쓰는 IT 예산이 엄청나다”며 “이를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스캐터랩, 아크릴, 8퍼센트, 원티드, 이큐브랩 등 성공한 스타트업 CEO에게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묻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단 시도한 뒤 시장 반응을 지속해서 학습하며, 축적되는 경험 속에서 혁신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모두 최소 세 번의 실패를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저자는 “실패를 줄이기보다 실패해도 괜찮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 배드뱅크’ 설립을 제안한다. 실패한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축적해 새로운 스타트업이 시장 진입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