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끝내고 '패션쇼 런웨이' 펼친 참가자들…딱딱한 PPT 대신 동영상 활용 '스토리텔링'

아시아 최대 대학생 창업 축제

아이디어만큼 빛난 퍼포먼스
‘집(ZIP)’은 필리핀 대학생들이 개발한 의류 공유 서비스다. 여성 팀원 두 명이 쌍둥이처럼 같은 옷을 입고 나와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비싼 돈을 주고 사도 자주 입을 일이 없는 파티드레스 같은 옷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제안했다. 옷 주인은 돈을 벌고 빌리는 사람도 한 번만 입을 옷을 비싸게 사지 않아도 돼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동영상에서는 옷을 빌리는 장면을 드라마처럼 꾸몄다. 서비스 소개를 마친 필리핀팀은 패션쇼처럼 발표 무대를 런웨이 삼아 모델워킹으로 퇴장했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2019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 교류전’에서는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불을 뿜었다. 10개국 130여 명의 대학(원)생은 춤과 공연 마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소개했다.대만 팀은 짧은 드라마를 만들어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올 때 노년층의 생활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줬다. 외롭게 지내던 할머니가 대만 팀이 만든 실버세대용 메신저앱 ‘엘더’를 만나 친구가 생기고 재능기부 등 사회활동에도 참여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인도네시아 팀은 쓸쓸한 음악과 흑백영상으로 노년층 고독사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곧이어 고독사를 막을 수 있는 서비스 ‘케어’를 공개했다. 배경 음악과 영상을 밝고 화사하게 바꿔 극적인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복무 중인 현역군인들이 참여해 주목받았다. 경기 포천시에서 근무하는 유상윤 상병은 “일병 및 상병 휴가를 모두 털어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경기 수원에서 근무하는 문혁주 병장은 발표자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문 병장은 절도 있는 말투와 몸동작으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프레젠테이션 방식이 이 행사의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무국 관계자는 “이전에 비해 발표 방식이 역동적으로 변했다”며 “영상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창업 아이디어도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김민철 호서대 부총장은 “아시아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창업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