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시사한자] 강 하(河) 바다 해(海)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물의 이름은 많다. 소금기 없는 물 담수(淡水), 짜디짠 바닷물 해수(海水), 땅 밑의 물 지하수(地下水), 샘으로 솟는 물 천수(泉水)다. 그런 물이 모여 흐르면 하천(河川), 큰 곳에 고이면 호수(湖水)다.

대표적인 물 흐름은 강(江)과 하(河)다. 한반도의 큰 하천은 대개 ‘강’으로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河(하)’도 많이 쓴다. 원래는 구별이 가능했다. 중국 북부를 흐르는 하천을 보통 ‘河(하)’라고 적었고, 남부에서는 일반적으로 ‘江(강)’이라 적었다.둘 모두 큰물을 가리킨다. 샘에서 솟은 작은 물줄기가 계곡을 지나면서 조그만 물 흐름인 계수(溪水)를 이루고, 이는 다시 그보다 큰 물줄기인 하천(河川)을 형성한다. 그 하천의 물이 여럿 모여들어 江(강)이나 河(하)를 만들다가 결국 거대한 물의 모임인 바다를 이룬다.

그래서 강이나 바다처럼 큰물을 하해(河海)라고 적는다. 이 단어는 그저 강이나 바다를 이르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거대함’ ‘매우 큼’의 새김을 획득한다. 그 거대함을 이루는 본질은 무엇일까.

진시황(秦始皇)을 도와 중국 전역을 제패한 인물 이사(李斯·BC284~208)가 그 답을 제시했다. 진시황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모두 쫓아내라는 내용의 ‘축객령(逐客令)’을 내리자 이사는 그를 제지하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린다. 그 안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태산은 다른 곳의 흙을 물리치지 않아 그 거대함을 이루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마다하지 않아 그 깊음을 이룬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커다란 물을 이루는 요체는 ‘불택세류(不擇細流)’, 즉 조그만 물줄기라도 마다하지 않음에 있다는 메시지다. 이를테면 ‘포용(包容)’과 ‘관용(寬容)’이다. 나와 다른 사람, 즉 이기(異己)를 배척하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그악한 다툼만이 번지는 우리 정치판 구성원이 모두 새겨볼 만한 메시지다. 제 코드와 맞지 않는 모든 이에게 오로지 적의(敵意)만을 품는, 용렬(庸劣)해서 이제 무능해 보이기까지 하는 정치인들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