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익률 1.25%…물가상승률보다 낮아

퇴직연금 수익률 도대체 얼마길래

적립금 상위 5개사 평균수익률
DB형보다 DC형이 더 나빠
실적배당형에 자금 배분해야
퇴직연금 수익률은 매년 ‘쥐꼬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90% 이상 자금이 묶여 있는 탓에 매년 임금인상률은 물론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을 내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증시 활황에도 연 1.88% 수익을 내 충격을 안겼던 2017년보다 수익률이 더 낮았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평균 1.25%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적립금 기준 상위 5개사인 삼성생명 신한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인상률(5.3%)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5%)보다도 낮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확정급여(DB)형보다 확정기여(DC)형 수익률이 더 나빴다. DB형은 지난해 1.42% 수익을 냈지만 DC형 수익률은 0.91%에 그쳤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을 지시하는 DC형 투자자들이 예금 같은 원금보장형이 아니라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가입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떨어진 건 글로벌 증시 부진의 영향이 컸다. 한 자산운용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지난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부분 연금사업자의 실적배당형 상품에서 평균 5~6%가량 손실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적배당형 투자 비중이 높은 증권회사까지 수익률 집계에 포함하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더 낮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저조한 수익률은 퇴직연금 제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코스피지수가 한 해 동안 20% 이상 상승하는 등 증시가 활황이었던 2017년에도 퇴직연금 수익률은 1.88%에 그쳤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DB형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기업 담당자는 손실이 났을 때 책임을 회피하려고, DC형 가입자들은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과 관심 부족으로 원금보장형에 자금을 묶어두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운용 수익률도 높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자금이 분산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