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 올해 꺾일 것…中은 5% 성장도 위태"

2019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옵스펠드 美 UC버클리 교수·장쥔 中 푸단대 경제硏 소장
"보호무역 확산으로 세계경제 위기 직면…다자체제 복원을"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2019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가 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여섯 번째), 이봉구 한경TV 대표(네 번째) 등 500여 명의 참석자가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 교수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하강 국면에 진입한 세계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는 글로벌 경제 석학들의 경고가 나왔다.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 ‘2019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올해부터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를 고집하면 하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지난해 11월 전망 때보다 0.1%포인트 낮게 잡았다.장쥔 중국 푸단대 경제연구소장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6.0~6.5%로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성장률 목표를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마저 ‘신(新)냉전’ 체제로 몰고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세계 경제에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석학들은 각국이 자국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 보호무역주의에서 벗어나 윈윈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이대로라면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질 것”이라며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체제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4일 열린 ‘2019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의 ‘세계 경제, 혼돈을 넘어’ 세션에서 장쥔 중국 푸단대 경제연구소장(왼쪽 세 번째)이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좌장),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 교수, 장 소장, 제러드 라이언스 ‘브렉시트 지지 경제학자 모임’ 의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무역협상 타결돼도 美·中 갈등 지속…新경제냉전 장기화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타결돼도 양국 간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는 힘듭니다. 두 나라 모두 축배를 들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 교수는 4일 “미·중 분쟁은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타격만 입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 ‘2019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다.컨퍼런스에 참석한 글로벌 경제 석학들은 세계 경기 하강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대대적으로 펼친 경기 부양책 효과가 올해로 끝나면서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중국의 성장률은 연 5%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자간 무역체제 회복해야”

옵스펠드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세계 경제 전망이 매우 어둡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IMF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OECD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3.3%로, 지난해 11월 전망 때보다 0.2%포인트 낮췄다.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선 “그동안 성장을 이어왔지만 올해부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는 경착륙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예상했다.자국 이기주의와 보호무역 기조가 글로벌 경제성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게 옵스펠드 교수 지적이다. 그는 “정치적 포퓰리즘이 세계 각국을 덮치며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현명한 정책들이 포퓰리즘에 막혀 있다”고 진단했다.

장쥔 중국 푸단대 경제연구소장도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그는 “신용시장이 과열되고, 주택시장 거품이 너무 커졌다”며 “과잉 설비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국과의 갈등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중국 성장률이 연 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있다는 게 장 소장 전망이다.

미·중 갈등으로 한국이 입을 타격도 매우 클 것이라는 게 석학들 진단이다. 옵스펠드 교수는 “보호무역주의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IMF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9년 4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년에 걸쳐 관세 인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확대됐고, 특히 한국이 받는 타격이 가장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을 통한 다자간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게 옵스펠드 교수 주문이다. 그는 중국에 대해선 “대출이 너무 크게 늘어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며 “금융감독 부문을 개혁하고, 경제를 더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영국 경제에 큰 기회”

유럽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제러드 라이언스 ‘브렉시트 지지 경제학자 모임’ 의장은 브렉시트가 영국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언스 의장은 우선 영국의 유럽연합(EU) 가입은 ‘득’보다는 ‘실’이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국은 정치적 결속을 원한 다른 27개 회원국과 달리 처음부터 단일 시장 구성에 따른 경제·금융 측면의 장점에만 주목했다”며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당초 기대한 ‘윈윈’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국이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뒤에도 당초 우려와 달리 경제에 악영향은 없었다는 게 라이언스 의장 분석이다. 그는 “브렉시트로 글로벌 기업들이 영국을 떠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현재 영국의 고용률은 사상 최고”라며 “런던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 역할을 유지하고 있고, 파운드화 가치도 안정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라이언스 의장은 이어 “브렉시트는 영국이 유럽의 정치보다 경제 등 국내 의제에 더 집중하고, 세계에서 영국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영국 정치권은 EU 탈퇴 이후에도 관세동맹 잔류 등 ‘소프트 브렉시트’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영국 하원은 3일(현지시간)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와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김일규/이지훈/오형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