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표현 없는 박인비 "저도 영화 보고 울어요"

4일 개막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20승 재도전
코스 위에서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박인비(31)가 "저도 영화를 보면서 울 때도 있다"고 코스 밖 일상에 대해 살짝 공개했다.박인비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슬픈 영화를 보면 울고, 재미있는 것을 보면 웃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이런 답변을 한 것은 "코스 위에서 감정 표현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며 "골프 외에 다른 일로 화가 나거나 감정이 격해진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침묵의 암살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처럼 경기 도중에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박인비는 "성격 때문에 그런 게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며 "저도 20년, 25년 전에는 안 그랬을 텐데 골프 선수를 하면서 이렇게 성격이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인비가 영화를 보면서 울기도 한다는 말에 마치 믿기 어렵다는 듯이 "최근에 영화를 보고 운 적이 언제였느냐"는 추가 질문이 나왔고 박인비는 "최근에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이라는 영화를 보고 울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박인비는 한국 시간으로 5일 오전 5시 19분에 넬리 코르다(미국)와 함께 1라운드 경기를 시작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박인비는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를 상대로 '1박 2일'에 걸친 8개 홀 연장 승부 끝에 아쉽게 준우승했다.

2013년 이후 6년 만에 패권 탈환을 노리는 박인비는 "지난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우승에는 다소 모자랐다"며 "올해도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습 라운드를 마친 그는 올해 코스 상태에 대해 "러프가 다소 길어졌고, 그린은 딱딱하지만 상태가 좋아 공이 똑바로 간다"고 평가했다.특히 러프의 난도가 높아졌고, 코스 길이도 길어지면서 최근 4, 5년 사이에 가장 어려운 코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산 19승 중에 7승을 메이저에서 거뒀을 정도로 메이저 대회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라고 하더라도 평소와 같은 루틴으로 대회를 준비한다"며 "이번 대회는 3주 연속 출전인데 리듬을 유지하면서 체력적인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골프 명예의 전당에 들었을 정도로 많은 것을 이룬 그에게 "동기 부여나 새로운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박인비는 "그동안 이룬 것이 많아도 골프는 매 대회 똑같은 출발 선상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앞서 달성한 것들을 빨리 잊고 새로 시작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그는 이어 "누구나 대회 시작 전에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 마지막 날에 같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 골프의 묘미"라며 "그런 점이 제게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